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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특별기고

지역민은 왜 지역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가?

지역민은 왜 지역언론을 신뢰하지 않는가?

- 전환의 시대를 맞는 지역 공론장이 필요하다 -

  

손주화(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1년 동안 (출입기자단이) 지냈으니까 고생했다는 의미죠 다른 의도가 있나요. 우리는 은행을 상대로 당신들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파헤치려고 노력한 거고, 그쪽에서도 티격태격 하면서 인상 쓰고, 그런 부분에서 서로 전북 경제 한번 잘 해보자. 그게 크게 잘못된 건가요. 달리 그런 것도 아니고 전북 경제 한번 잘해보자는 의도로 그런 건데, 뭔 관리를 받고 관리를 하고 이해가 안 되네요

 

경제부 기자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전북 경제를 잘 살리려고 서로 고생한 걸 시민사회단체에서 몰라준다는 것이다. 고생한 사람들끼리 가서 맥주 한 잔 마신 걸 가지고 민감하게 받아들이시는지 모르겠다는 기자의 말은 전북 지역의 출입처와 출입기자단의 공생 관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반증한다.

 

2014 전북은행 출입기자단에서 발생했던 제주도 공짜 연수가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출입처 공적 감시를 위해 마련된 출입처 제도가 오히려 해당 기관과 출입기자들 사이의 유착의 고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당시 전북은행은 광주은행 합병 및 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은행 내부 반발이 컸다. JB지주 로고 변경에 따른 전북 홀대론이 대두되면서 지역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실제 본회가 분석한 전북은행 관련 2014년 보도 모니터 결과를 보면 보도의 절반 이상이 홍보성 기사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 사회에서 대두되었던 비판의 목소리를 어느 순간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북은행 출입처 일부 기자들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출입처에서 제공한 선심성 팸투어를 진행했고 일부 기자들은 광주은행 인수에 성공도 했으니 올해는 해외연수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을 했다고 하니 저널리스트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감마저 포기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일부 출입처만의 문제일까? 일부 언론은 적극적 동조자로서 지역 언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2017년 대선 과정은 지역개발 담론의 형성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전북 몫 찾기프레임이 대표적이다.

 

지역 언론-자치단체, 이해관계 위해 영역 동맹...지역 공론장 왜곡

 

지난 19대 대선 전북 지역 사회의 화두는 전북 몫 찾기호남에서도 차별받는 전북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했다. ‘전북 몫 찾기그리고 전북 자존의 시대로 프레임을 재구성했고 도와 의회 모두 한 목소리로 차별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전북 몫 찾기를 전북의 주요 의제로 일제히 띄우고 나섰다. 신문사에서 선정한 전북의 주요 제안 공약들은 송하진 도지사가 주장해 왔던 내용과 많은 부분 일치했다. 전라북도가 냈던 19대 대통령 선거 공약 제안, 2020 전북발전 구상 발굴 과제보고서의 주요 공약이 주요하게 정리한 내용이 전북 지역 신문 3사에 기획보도 된 형태다.

 

또한 <전북일보>는 전북 의제를 선정해 발표했던 외부 단체의 토론회를 주요하게 보도하기도 했는데 실제 이 단체의 주요 인사에는 <전북일보>의 임원급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부 인사의 외부화를 통해 의제를 공표하고 이를 다시 자사의 신문에 주요하게 보도하는 개발 담론 형성이라 할 수 있다. 즉 지역 언론이 해당 담론의 적극적 동조자로 기능한 사례다. 이러한 행태를 두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에서는 지역 대선 공약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내부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기도 했다.

 

전라북도가 ‘2020 전북발전 구상 발굴 과제라는 이름으로 대선공약 발굴 정책을 발표했다. ‘9개 분야 45개 과제에 상당히 많은 내용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어찌 보면 송하진호의 전북발전 정책의 총량이라고 볼 수 있고 지역사회의 정책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 송하진 지사의 공약이 반영되어 있고 기초단체장의 공약을 끌어와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관련 과제, 혁신도시와 농생명, 탄소산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전라북도의 발표를 그대로 기사화할 뿐 이에 대한 평가나 보완에 관련된 내용이 없다. 뿐만 아니라 대선주자 토론에서 전라북도가 제시한 과제를 질문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한 걸음 더나아가지 못하는 지역사회 역량이 아쉽다.”

 

개발중심 지역영업동맹에 건설사·언론사 결탁...토호세력 뿌리 강화

 

개발 담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전라북도에서 선정한 의제가 정책으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 유무 근거를 언론에서는 독자들에게 제공함이 우선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공약사업들에 대해 일부의 의견이 과두 주장되거나 동조자로 행동함으로써 지역 공론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이처럼 해당 지역 내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영역 동맹을 맺기도 한다. 정치적 담론이었던 지역주의는 이후 개발주의 정치세력에 의해 적극 활용되면서 개발정치와 토건사업을 정당화해주는 논리로 활용된다.

 

2018년 한국지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김은규 교수(우석대)와 박민 박사(언론학)지역 언론과 시민사회: 지방분권 시대 지역공론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통해 “‘지역영업동맹이 자신들이 고착한 장소의 흥망성쇠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위 소지역권력으로 불리는 이러한 영역동맹은 곧잘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역사회 전체 이익인 것처럼 포장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로 대자본과 같은 이동성을 갖지 못한 지역 토착 중소자본가, 지주 등 부동산 소유자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해당 지역에 확실한 연고가 있으며 그 지역을 떠나서는 존재가 어렵기 때문에 지역 성장에 사활적 이해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연합에 지역 언론 역시 담론에 동원되거나 혹은 주체로 참여하며 지역 사회와 토호세력의 뿌리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북일보> 대주주 변경은 지역영업동맹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북 전주지역 대규모 재개발 추진으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이자 건설회사인 자광이 <전북일보>의 주식을 45% 매입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그 시기가 자광이 대한방직 부지를 매입하기 직전이다.

 

자광’의 <전북일보> 주식 45% 매입, 대규모 사업 앞둔 시점 '의구심'

 

전주지역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 개발 지역을 놓고 자사의 개발 사업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 최대 일간지를 사실상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당장 지역사회에서 불거졌다. 언론사와 개발업체의 거래가 단순 경제 행위가 아닐 거라는 오래된 의심이기도 하다. 지방분권개헌이 논의되는 지금 참여적 공론장으로서 지역언론의 역할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우선 지역영업동맹에 의한 왜곡되기도 했던 공론장이 다양한 공론장의 활성화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 언론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지역분권 시대에 필요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장은 공공성은 일반적으로 절차로서의 민주주의와 내용으로서의 사회정의의 변증법적 관계를 본질로 한다. 동시에 정치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다양하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구성원들이 가지는 관심과 필요, 욕구의 다양성은 갈등과 조화의 배경이다. 결국 공공성은 이러한 다양한 가치의 조화를 추구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달성된다. 즉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할 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고 짚고 있다.

 

즉 시민(대안) 미디어의 확장과 공공성이 복원된 지역언론이 존재할 때 우리는 지방에 국가의 권한이 진정으로 이양되고 주민으로서의 권한을 확보하는 민주적이고 동등한 관계 설정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 글은 <사람과 언론> 제3호(2018년 겨울)에 실린 '특별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