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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특별기고

그대가사람을잇고 언로를트는큰일꾼이어라

<사람과 언론> 창간에 부쳐

 

그대가 사람을 잇고 언로를 트는 큰 일꾼이어라!


이강록(편집고문)



태양이 하늘에 빛나고 드넓은 대지에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온 산하에 초목이 무성하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며 새들이 날고 물고기가 힘차게 뛰노니 천하만물에 생명과 맥박이 충만하다.


무궁화 강토 5천만 민중은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세계의 빛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이는 실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이자 자유로운 인격의 완성을 향한 당연한 선택이다. 우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니다. 오로지 사람이 존중받고 서로 바르게 소통하는 반듯한 사회를 꾸미기 위해서다.

 

사람이 존중받고 바르게 소통하는 반듯한 사회 가꿔야


우리는 몽상가가 아니라 현실에 바투 직면한 실사구시의 생활인이다. 어찌 이상과 하늘만 보고 현상과 진실을 망각하리요. 세계의 대세를 여실히 논할진대 한편에 신세력이 있는 동시에 또 한편에 이와 대립하는 구세력이 있어 서로 투쟁한다. 바꿔 말해 정치와 경제와 사회, 문화 각 방면에 해방과 개조의 운동이 있는 동시에 곧 이 모든 것을 억압하려하는 일대 거스름이 존재한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며 누가 감히 이를 부인하리오. 오호라. 신구 충돌과 진보 보수의 다툼이 어찌 이 시대에만 특유한 것이겠는가


지나온 긴 역사를 통해서 상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따뜻한 햇볕은 두터이 쌓인 눈과 단단한 얼음을 녹이고 온갖 초목과 만물이 각각 제 뜻으로 살아갈 수 있음은 곧 때가 왔기 때문이다. 누가 능히 온 누리에 가득한 봄의 힘을 거스르겠는가. 이처럼 신구 충돌은 새로운 세력이 올 때가 됐음을 나타내는 것이요, 구세력이 물러갈 때가 됐음을 알리는 바다. 필연의 세력은 인력으로 좌우하지 못할 바이니 새로움이 기필코 성공하고 옛것이 반드시 물러나고야 만다.


우리는 굳이 새로운 세계가 이미 왔다고 말하지 않겠다. 새로운 세계가 벌써 열리기 시작했다고 선언하지 않겠다. 오로지 암흑과 혼돈 속에서도 쟁투로써 출산의 고통을 겪으면서 신문화의 물결과 새 시대의 서광이 멀리 수평선에 비친다고 말하겠다.


모름지기 사람은 하늘처럼 고귀하다. 하여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어줘야 한다. 그 가장 손쉽고도 요긴한 수단이 말을 통한 상호연결이다. 말은 곧 서로를 잇는 매개수단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가. 수천만의 남녀노소 국민들이 그 새로운 시대를 향해 일심으로 노력하고 참여하고 있는 것을. 이러한 때 우리의 갸륵한 뜻을 모아 사람과 언론은 태어났다. 갖은 노력과 곡절을 거쳐 옥동자를 낳았다. 그 탄생이 어찌 우연이리오! 그만큼 간절하고 기쁘다. 그저 그 기쁨으로 자족하지 않고 강호의 모든 현인들과 독자들께 신명을 다해 이바지할 것을 마땅히 약속드린다.


돌아보건대 독재의 억압과 아둔한 착오가 그동안 벌써 수십년, 그 사이에 우리 언중은 일대 악몽을 습성처럼 받아들이고 체념해온지 여러 해였다. 그래서 스스로를 낮잡고 스스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우리 또한 사람인지라 어찌 사상의 자유와 언론 융성에 대한 희망이 없었으리요. 더불어 소통과 표현의 활기찬 의기충동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언중이 능히 뜻을 펴지 못하고 움츠리고 위축됐으며 능히 통달하지 못하고 울울한 소회를 안고 지냈다. 우리 또한 고유한 민족적 미덕과 생명의 참모습이 없겠는가만 그러나 그 뜻을 거침없이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많았다. 실로 여러 개인이 겪어왔던 바 부르짖고자 하나 입을 열지 못했고 마음껏 달리고자 했으나 움츠러들었던 그 억눌림과 망설임에서 이제부터는 과감히 벗어나고자 한다. 지금 우리 무고한 언중은 자유로이 말하되 도에 지나침이 없고 힘차게 달리되 넘어짐이 없는 해방의 기쁨을 누릴 뿐이다.사람과 언론은 필시 그 터전이자 광장이 되겠다.

 

짓눌림과 움츠림 벗어나 주인으로서 자존과 명예 세울 때

 

그동안의 압제와 퇴행, 이는 곳 사지이자 함정이라. 우리 민중은 실로 고통을 느꼈도다. 혹은 울고 혹은 노했다. 어찌 지금의 민중뿐이리오. 지난날 이래로 지금까지 모든 언중이 이제부터 자유와 소통을 기약할 수 없었던 짓눌림과 움츠림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인으로서의 자존과 명예를 세울 때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사람이 일견 존중받고 언론자유가 다소 넘친다 해도 우리 모두 쉽게 만족해서는 안된다. 지고지선한 목표의 완성을 위해 그 의사를 표현하고 앞날을 개척하는데 사람과 언론이 벗이자 동반자로 함께할 것이란 열망을 기약한다.


사무치고 절실해야 뜻을 이루는 법. 이로써 사람과 언론이 태어났으니 그 어찌 우연한 일이겠는가. 실로 모든 독자들과 언중들의 열화와 같은 인본존중과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도구가 될 것임을 약속한다. 사람과 언론은 이같은 뜻을 다음으로써 다짐한다.


첫째, 모든 독자들의 표현과 소통의 마당이 될 것임을 밝힌다.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소수특권계층의 기관이 아니라 모든 국민과 언중들의 소통 마당으로 자임한바 그들의 이상, 포부, 의도를 고스란히 표현하며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 자유로운 표현을 적극 옹호한다.

이는 사상이니 이데올로기니 가치관이니 하는 기준과 척도를 배제하기 위함이며 완전한 자유를 구가하고 제약과 구속으로부터 근본적으로 해방돼 있음을 입증하기 위함이다. 특히 인격과 양심에 따라 어떠한 주장이나 생각을 마음 놓고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자 책임인 만큼 그 누구도 간섭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문화주의를 제창한다.

이는 개인이나 사회의 생각과 신념을 충실히 하고 풍부하게 하기 위함이다. 곧 도덕의 순수와 종교의 풍성함과 과학의 발달과 철학의 탄탄함과 예술의 오묘함을 지향한다. 바꿔 말해 모든 독자로 하여금 문화융성에 공헌케 하며 동시에 이 땅을 문화의 낙원이 되게 만드는데 기여하게 함이니 이는 곧 뜻있는 독자들의 사명이요, 윤택한 삶의 가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람과 언론은 태양의 무궁한 광명과 우주의 무한한 생명을 삼천리강산 오천만 국민들 가운데 실현하며 창달케 함으로써 인격존중과 의사소통의 새로운 국면을 이루고자 함이다. 우선 민중이 각자 바르게 깨닫고 곧게 설수 있도록 건실한 여론 형성에 주력하며 천하국민이 모두 각자 노력하여 골고루 함께하는 이상적인 사회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사람과 언론은 모든 힘을 모으겠다.

 

독자들의 길동무·권리옹호자로 자유정신 지킬 터

 

이로써 사람과 언론의 책임이 심히 엄중하고 막대함을 자각하지만 척박한 문화토양에서 앞길이 험난한데 어찌 그 운명을 순탄하게만 예측할 수 있겠는가. 다만 여러 독자들의 응원과 관심을 자양분으로 삼고 독자들의 길동무가 되고 고충의 옹호자가 될 것을 굳게 기약하며 오늘의 다짐을 밝히고자 한다.


무겁다 너의 책임, 천부적 자유권 잃지 말고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용기백배하여 거침없이 목표에 이르도록 힘쓰라. 사람과 언론이여!

그대는 모든 독자들의 표현기관이다. 그들의 이상과 희망, 그들의 목표, 그들의 심리를 일일이 짚어주고 보도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능히 비약할 수 있도록 전심전력하라. 믿노니 사람과 언론그대는 모든 독자들의 권리보호자이다. 그들의 정신, 그들의 정의, 그들의 감성, 그들의 의식을 일일이 일깨움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능히 타성과 우매함을 타파하는데 앞장섬으로써 사상을 표현하게 하고 독자들의 자유정신을 유지하게 할 책무를 지닌다.


오늘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널리 확대되면서 이른바 소통과 신념의 백가쟁명 시대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일인 미디어의 확산이 가세하면서 거칠고 위험한 표현들이 걷잡을 수 없이 넘쳐난다. 하지만 투명한 의식으로 정제되지 않고 명징한 사고로 걸러지지 않은 막무가내의 의견과 주장들이 횡행함으로써 세상이 온통 주의 주장의 쓰레기장이 되다시피 했다.

이같은 어지러운 여건에서 건강하고 타당한 논리에 입각한 여론과 소통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사람과 언론은 그 막중한 책임을 기꺼이 감내하겠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널리 확산되는 미디어 환경변화의 큰 흐름이 우리에게까지 이르렀음에 우리 독자들의 생각과 행동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회문화적 운동이 크게 일어나는 곳에 사회적 혁신, 의식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것이 곧 새로운 변화와 활력을 불러올 때임을 반증한다. 이로 인해 사람과 언론은 모든 의사표현과 언로를 제대로 터주고 옹호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따라서 언중과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벗으로서 사람과 언론과 생사와 진퇴를 함께하는데 흔연히 뜻을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것이 곧 사람을 서로 잇고 언로를 트는 첫걸음임을 믿어마지 않는다.

/<사람과 언론> 창간호(2018년 여름) 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