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썸네일형 리스트형 코로나 스쳐가는 가을, 도원에서 삶의 본색을 바라보다 시평 가을 복사나무들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수원 주인도 아무 일 안 하는 듯하다 봄을 좋아하는 그는 남반구에 가 있다고 한다 거기서도 다른 도원을 갖게 된다면 그의 노동은 쉴 날이 없을 것이다 이 가을, 북반구의 도원에는 지켜야 할 것도, 지켜보아야 할 것도 없다 복사는 없고 나무만 있다. 나무만 살아 있다 복사꽃이 없는데, 복숭아가 없는데도 이곳을 도원이라 불러 좋을까 그래, 아무도 딴소리 못할 도원, 지난 봄날의 도원을 가득 채웠던 분홍빛은 이제 행방이 없다 애초 그 빛깔은 복사나무의 본색이 아니었다 복사꽃의 그 빛깔, 벌레를 위한 복숭아의 그 빛깔, 짐승을 위한 지금은 저 깊어진 초록이 복사나무의 본색 그것은 무릇 나무들의 본색, 이 별의 낮은 데를 가득 채운 물의 본색 결국 이 별.. 더보기 [시평]대학 전공별로 냉장고에 코끼리 넣는 방식 냉장고에 코끼리를 집어넣는 방식에 관한 우화 ※위 글은 제5호(2019년 여름호)에 실린 시평입니다. 더보기 [시평] 어머니와 자연의 눈물겨운 친화 혹은 한 몸 되기 어머니와 자연의 눈물겨운 친화 혹은 한 몸 되기 양병호(전북대 국문과 교수/시인) 암시랑토 않다. 니얼 내리갈란다. 내 몸은 나가 더 잘안디, 이거는 병이 아녀. 내리오라는 신호제. 암먼, 신호여. 왜 나가 요새 어깨가 욱씬욱씬 쑤신다고 잘허제? 고거는 말이여, 마늘 눈이 깨어나는 거여. 고놈이 뿌릴 내리고 잪으면 꼭 고로코롬 못된 짓거리를 헌단다. 온 삭신이 저리고 아픈 것은 참깨, 들깨 짓이여. 고놈들이 온몸을 두들김서 돌아댕기는 것이제. 가심이 뭣이 얹힌 것 맹키로 답답헌 것은 무시나 배추가 눌르기 땜시 그려. 웃배가 더부룩허고 속이 쓰린 것은 틀림없이 고추여. 고추라는 놈은 성깔이 쪼깨 사납잖여. 가끔썩 까끌허니 셋바닥이 돋는디 나락이여, 나락이 숨통을 틔우고 잪은게 냅다 문대는 것이제. 등허리가.. 더보기 부드러운 눈의 적설량에 비례하는 사랑의 깊이 부드러운 눈의 적설량에 비례하는 사랑의 깊이 양병호(시인, 전북대 국문과 교수) 밤사이 폭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폭설이 끊임없이 아무 소리 없이 피가 새듯 내려서 오래 묵은 소나무 가지가 찢어져 꺾이는 소리. 비명을 치며 꺾이는 소리. 한도 없이 부드러웁게 어둠 한 켠을 갉으며 눈은 내려서 시내도 집도 인정도 가리지 않고 비닐하우스도 꽃집도 바다도 길도 가리지 않고 아주 조그만 눈송이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에도 앉아부드러움이 저렇게 무겁게 쌓여서 부드러움이 저렇게 천근 만근이 되어소나무 가지를 으깨듯 찢는 소리를 무엇이든 한 번쯤 견디어본 사람이라면 미간에 골이 질,창자를 휘돌아치는저 소리를내 생애의 골짜기마다에는 두어야겠다 사랑이 저렇듯 깊어서, 깊고 깊어서우리를 찢어놓는 것을부드럽고 .. 더보기 <시평>‘세움’의 물리학, 사회학, 심리학에 관한 보고서 ‘세움’의 물리학, 사회학, 심리학에 관한 보고서 양병호(시인, 전북대 국문과 교수) 뻘에 말뚝을 박으려면 긴 정치망 말이나 김 말도짧은 새우 그물 말이나 큰 말 잡아 줄 호롱 말도 말뚝을 잡고 손으로 또는 발로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힘으로 내리 박는 것이 아니라 흔들다보면 뻘이 물러지고 물기에 젖어 뻘이 말뚝을 품어 제 몸으로 빨아들일 때까지 좌우로 또는 앞뒤로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 뻘이 말뚝을 빨아들여 점점 빨리 깊이 빨아주어 정말 외설스럽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 수평이 수직을 세워 그물 가지를 걸고물고기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 상상을 하며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며 지그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함민복, 「뻘에 말뚝 박는 법」 전문 ‘세움’의 행위는 대체로 상부를 지향합니다. 하늘을 지향하는.. 더보기 논문 큐레이션(창간호, 2018년 여름) 아래 파일은 창간호(2018 여름)에 게제된 '논문 큐레이션'의 편집 원본 파일입니다. 파일을 클릭하시면 글과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더보기 빗소리 창간호(2018년 여름) 게재 글 원문 파일.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