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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외부 칼럼

<장호순 칼럼>포털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안

               포털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안


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인터넷에 모든 것이 있고,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디지털 시대가 되었지만, 유독 디지털 시대에 무시당하고 외면 받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이다. 카톡이나 페이스북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다음과 네이버를 통해 국내외 뉴스를 실시간으로 입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관한 소식이나 뉴스는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다. 내 고장에서 대형 사고나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 지역 소식이 인터넷에 등장하지 않는다. 첨단 디지털 시대라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봉건적 지역사회인 것이다.

 

지역사회를 디지털 황무지이자 식민지로 전락시킨 것은 포털사업자들이다. 한국처럼 대다수 국민들이 자국의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나라들도 많지 않다. 전 세계 포털 검색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의 국내 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11.8%에 불과하다


구글을 제치고 자국의 포털이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러시아 뿐이다. 국내 포털의 성공비결은 검색화면에 제공하는 뉴스에 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경로는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검색사이트이다. 한국처럼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되고 그 자리를 포털사이트가 대신한 국가들은 많지 않다.

 

네이버 광고매출 3조원, 3,700개 국내 신문 전체 광고 매출액 2배 수준

 

국내 1위 포털업체인 네이버의 경우 1(2017년 기준) 매출액이 46700억 원에 달하는데, KBS, MBC, SBS 등 국내 3대 지상파 방송사업자 매출액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이다. 네이버 매출액 중 광고매출이 3조원으로 3,700개에 달하는 국내 신문 전체 광고 매출액의 2배에 달한다. 네이버 광고 매출의 대부분은 뉴스와 검색결과에 붙인 광고를 통해 이뤄진다. 포털사이트가 뉴스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첫째,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언론사들이 만든 뉴스를 저렴하게 구입해 게재한다. 둘째, 광고비는 뉴스를 제공한 언론사와 나누어, 뉴스제공 언론사들도 조회 수 높은 뉴스를 만들기에 주력토록 유도한다.

 

포털의 뉴스 돈 벌기 방식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뉴스 생산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여 않고도 뉴스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점은 언론이 아니므로 언론으로서의 공익적 책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독과점은 지역사회 기여도 측면에서는 지극히 반 공익적이다.

 

지역의 이용자들을 적극 유인하지만, 지역뉴스와 정보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최소한으로 줄이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 기반으로 경영하는 대한민국 대기업 중 이들처럼 지역소비자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기업이 없다. 한국신문협회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는 124개 매체 가운데 지역신문은 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등 3개에 불과하고, 카카오는 아예 전무한 실정이라고 한다.

 

국내 공룡 포털의 지역뉴스 원천 차단, 선진국가들 중 극히 드문 사례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지역언론을 차별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뉴스는 조회수가 제한되기 마련이다. 가급적이면 지역제한 없이 전국적 관심이 될 만한 기사를 초기화면에 배치해야 수익이 늘어난다. 그 결과 수용자 입장에서는 내 지역에서 일어난 뉴스는 대형사고나 엽기적 사건이 아닌 이상 포털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대부분 네이버나 다음에서 제공하는 뉴스만 보고 넘어가는 가기 때문에, 3000여개의 지역언론사들이 매일 만들어내는 지역뉴스들은 인터넷에는 있지만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무의미한 뉴스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주요 선진국가 중에서는 지역언론 이용 빈도가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국내 포털의 뉴스시장 장악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예외적 현상이다. 전 세계 포털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한 구글은 초기화면에 뉴스를 배치하지 않는다. 즉 뉴스를 미끼로 네티즌을 유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미 국가에서는 검색은 포털을, 뉴스는 언론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뉴스와 검색을 구분함으로써 지역언론이 생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들 국가의 네티즌들은 비록 검색엔진은 다른 나라 것을 사용하더라도, 자기 지역의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 국내 네티즌들은 자국산 검색엔진을 이용하지만, 자기 지역 뉴스는 원천 차단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종래의 신문이나 방송대신 포털이 뉴스시장을 장악하면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매체 영향력을 상실한 기존 언론사의 반발, 소위 어뷰징과 같이 새로운 디지털 매체환경을 악용하는 뉴스제작 관행, 독과점 포털사의 뉴스 선택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편향성, 뉴스기사에 대한 댓글조작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반면 지역언론 차별에 대한 불만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포털이 거대 독과점 미디어가 되자 그들과 싸우기보다는 같은 편이 되어 이익을 공유하려는 사람과 집단들이 늘어났다. 이제는 기술, 자본,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언론매체를 추월한 포털에 대한 비판이나 도전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뉴스를 생산하지 않고 유통만 하는 포털사의 입장에서는 뉴스내용에 대한 불만은 개별 언론사에게 전가하면 되었고, 대다수 국민들도 무료로 신속하게 다양한 뉴스를 제공해주는 포털사에게 굳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포털의 지배현상=지방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연장선상

 

일제 식민지와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면서 지역이 무시되고 지역언론이 무시되는 중앙집중 사회에 워낙 오래 살아온 덕에, 지역뉴스와 지역언론이 없는 디지털 세상의 부작용을 실감하는 한국인들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지역뉴스와 지역언론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여전히 지역언론이 중심언론인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나라의 예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비교적 수도에 정치, 경제, 문화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전국신문과 전국방송이 주도하는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신문의 이용이나 신뢰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포털이 지배하는 디지털 현실은 비디지털 현실사회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포털의 지역언론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뿌리내린 지방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언론은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만, 즉 피해자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언론은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는데 사용되어야 할 수단이기 때문이다. 차별과 배제를 지적하고, 차별과 배제를 받는 이들이 부정과 모순을 인지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지방의 언론과 매체가 부실하거나 중앙에 종속된다면, 결코 지방은 중앙의 차별과 배제를 평화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기득권을 지키려는 중앙의 입장에서는 언론만큼 지방종속을 유지하는데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 지방의 종속과 배제와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극복 불가능한 것으로, 현실적으로 최선의 대안인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중앙의 기득권을 지속적으로 독차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지방민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지역 간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과 같은 정치적 구호는 선거 때마다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중앙언론은 지방분권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적극적인 실현을 원하지도 않는다. 지방언론은 관심을 보이지만 워낙 독자가 적어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지 못한다. 그 결과 지방분권은 정치인들의 선거용 의제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지털 첨단국가이긴 하지만 지역사회 측면에선 내부 식민지 국가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5<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종합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면서, 포털 뉴스서비스 개선을 요구했다. 이용자의 위치 또는 거주지역을 반영해 해당 지역매체가 생산한 지역기사는 포털 메인 화면에 게재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지역매체와 포털사업자 간의 콘텐츠 제휴를 늘려달라고도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포털사업자에게 지역뉴스 게재를 의무화하는 두 개의 신문법 개정안이(정동영의원 대표발의, 강효상의원 대표발의) 발의되어 있다.

 

뉴스 덕분에 검색엔진 시장의 독과점 지위를 차지하게 된 국내 포털사업자에게 그 동안 지역뉴스를 외면한 과오를 반성하고 공익적 기능을 발휘하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적폐인 지역간 불균형 문제를 포털과 지역언론이 힘을 합쳐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자국 포털사업자가 구글을 압도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 비결은 포털이 검색기능만이 아니라 뉴스제공 기능까지 장악한 데 있다. 뉴스시장을 장악한 포털은 철저하게 지역언론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지만, 디지털 언론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차별이 없다는 착각과 환상이 지방 수용자들에게 주입되었다.

 

그 결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디지털 첨단국가이긴 하지만 지역사회 측면에선 여전히 중심과 변방으로 형성된 전 근대적인 국가이고, 소수의 중앙이 다수의 지방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내부 식민지 국가이다. 포털의 지역언론 차별과 배제를 근절시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결코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에 부합하는 민주국가로 탈바꿈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과 언론> 제3호(2018년 겨울호)에 실린 칼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