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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외부 칼럼

<장호순 칼럼>가짜 뉴스를 퇴치하는 방법

장호순 교수 칼럼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새해 덕담이 무색하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연초부터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었다. 사스와 메르

스에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 등과 같은 새로운 전염성 질병이 인간사회를 덥칠 가능성은 점점 더 높다고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간의 끊임없는 자연파괴로 생기는 변종 바이러스가 첨단 대중교통 수단을 통해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 바이러스만큼 빨리 그리고 널리 퍼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가짜 뉴스이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도 많은 가짜 뉴스와 함께 퍼져 나아갔다. 전염병 바이러스처럼 가짜 뉴스도 불안과 공포라는 인간의 심리와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라는 기술적 조건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짜 뉴스는 이전에도 많았다. 소위 유언비어, 속칭 “카더라” 통신 모두 가짜 뉴스의 일종이었다. 권력의 통제로 진실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보니 자연 진실과 허위가 뒤섞여 시중에 돌아다녔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가짜 뉴스는 권위주의 시절의 유언비어와는 다른 이유에서,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권위주의 시절의 가짜 뉴스는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이었던 반면, 디지털 시대의 가짜 뉴스는 진실을 감추고 왜곡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가짜 뉴스는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악용되기도 한다.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통이 매우 쉬워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된 뉴스 소비 방식과 가짜 뉴스

아날로그 미디어 시절에는 신문사나 방송국 기자, 즉 소위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뉴스를 만들 수 있었다. 뉴스의 전달경로도 신문지면이나 방송사 뉴스시간으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각종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고 사진이나 동영상도 쉽게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그럴듯한 뉴스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된 뉴스 소비 방식도 가짜 뉴스를 도와준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종이신문이나 TV방송 뉴스가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언론이었다. 1,000만명 넘는 시청자들이 동시에 TV뉴스를 시청했고, 발행부수가 100만부를 넘는 일간신문이 서너 개나 있었다. 아침에 조간신문을 펼쳐들고, 저녁식사 후 TV앞에 앉아서 오늘의 뉴스를 훑어보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정해진 일과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신문이나 방송대신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주된 뉴스습득 경로가 되었다. 언론사의 브랜드를 보고 뉴스를 선택하던 방식은 사라지고, 포털사이트에서 뉴스의 제목만 보고 뉴스를 선택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어느 언론사의 뉴스인가는 큰 의미가 없게 되면서 출처 불명의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처럼 오인되고 유포되기 쉬워졌다. 뉴스를 입수하는 경로가 점차 카톡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로 바뀌는 점도 가짜뉴스를 증폭시켰다. 뉴스의 포화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카톡친구나 페이스북 친구로부터 제공받는 뉴스를 보다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가짜 뉴스의 대부분은 이러한 SNS를 통해서 유통된다.

소비재로서 뉴스가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도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요인이다. 뉴스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윤을 얻기 위해 만들어내는 상품이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처럼, 뉴스도 재료를 구하고 정갈하게 손질해서 손님들에게 제공된다. 그래서 재료비도 들어가고 인건비도 들어간다.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제작과정에서 실수와 태만으로 인해 불량품도 만들어진다.

선정적인 가짜 뉴스에 현혹되기 쉬운 이유?

그런데 뉴스는 소비재이지만 직접 비용을 내고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무료로 뉴스를 이용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뉴스를 돈내고 보는 사람들은 극히 적다. 대신 그 비용을 독자들이 아닌 광고주가 지불한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뉴스의 앞뒤나 주변에 붙이는 광고수익으로 먹고 산다. 식당으로 비유하면 국밥은 공짜로 손님에게 주고, 식당 안에 여기저기 붙어 있는 광고 포스터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언론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광고주들이 언론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많은 조회수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광고를 보고 구매욕을 갖도록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언론기업의 입장에서는 광고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제목이나 흥미위주의 내용으로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뉴스에 익숙해진 독자와 시청자들은 점차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별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정적인 가짜 뉴스에 현혹되곤 한다.

광고 수익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속성 외에도 뉴스는 일반 상품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 하나 더 있다. 소비자들이 반복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대부분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과거에 구매한 적이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뉴스 소비에서는 반복 구매를 하지 않는다.

한 번 이용한 뉴스는 다시 이용하지 않는다. 같은 뉴스를 다시 보는 것은 시간낭비이다. 그래서 뉴스 생산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 어제 만들었던 것을 오늘 다시 만들어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뉴스 산업에서는 반복과 숙련을 통한 품질향상이라는 시장경제 원칙이 적용되기 어렵다.

뉴스의 일회성 소비방식은 소비자들에게도 어려움이 따른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뉴스상품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용해 본적이 없는 새 상품이다. 그러나 보니 불량품과 우량품을 구별하는 소비자의 경험과 안목이 뉴스상품의 선택에는 적용되지 못한다. 가짜 뉴스와 같은 불량상품이 진짜 뉴스와 같은 우량상품과 뒤섞여 전시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현명하게 분별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짜 뉴스 공포와 폐해로부터 벗어나는 시점=가짜 뉴스 판별능력 갖추었을 때

요약하자면, 디지털 시대는 전염병 바이러스처럼 가짜 뉴스가 생성-전파되기 쉬운 서식 환경을 만들었다. 법으로 금지하거나 엄벌하는 것으로 가짜 뉴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전염병 바이러스에 대처하듯 개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게 최선의 가짜 뉴스 대처법이다.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가짜 뉴스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가짜 뉴스에 현혹되어 그릇된 판단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짜 뉴스를 구별해 낼 것인가. 첫째, 그 뉴스를 만든 언론사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뉴스가 모두 100%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취재기자와 편집기자가 참여해 뉴스를 제작하는 언론사에서는 가짜뉴스가 나오기 어렵다. 소속 언론사가 없다거나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한 언론사라면 가짜뉴스 아닐까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둘째, 뉴스의 제작과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뉴스는 언론인이 취재원으로부터 얻어낸 자료를 토대로 가공된다. 사실보도가 생명인 뉴스는 반드시 취재원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뉴스의 취재원이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취재원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사실과 주장이 구분되어 있는지 보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뉴스는 6하 원칙에 따라 서술된 확인된 사실과 취재원의 주장으로 구성된다. 사실은 허위와 진실을 가릴 수 있지만, 의견이나 주장에는 진위여부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언론은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와 의견이 담긴 칼럼/사설/논설 등을 구분해 제공한다. 이런 구분없이 사실과 주장이 뒤섞여 있다면 가짜 뉴스라고 의심하는 것이 좋다.

가짜 뉴스의 범람은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불가피한 부작용이다. 인류가 가짜 뉴스의 공포와 폐해로부터 벗어나는 시점은 각 개인이 면역력, 즉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능력을 갖추었을 때이다. 전염병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개발만큼이나 가짜 뉴스를 퇴치할 백신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사람과 언론> 제8호(2020 봄) 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