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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외부 칼럼

<김창룡 칼럼>한반도 평화 찬물 끼얹는 보수언론, 두고만 볼 텐가?

한반도 평화 찬물 끼얹는 보수언론, 두고만 볼 텐가?

 

김창룡(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I.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처음 만나던 날. 모든 국민은 숨죽이며 역사적 만남을 지켜봤다. 판문점을 사이에 두고 서로 오고가는 모습, 벤치에 둘만 앉아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장면, 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형제처럼 껴안는 모습들...한반도 평화의 시대는 그렇게 갑자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적대적 자세에서 한민족을 강조하며 화합과 평화를 강조하는 바뀐 모습으로 나타났다. 반신반의하던 남쪽의 언론과 국민은 연이어 벌어진 일련의 사건속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사상처음 북미 정상회담을 열면서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공언이 전파를 타고 흘렀다.

 

시대정신 거부하며 야당 대변 급급한 '꼴불견언론들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전격취소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을 때만 해도 그러면 그렇지’ ‘김정은의 원맨쇼였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작은 로켓 맨등으로, 김정은은 트럼프를 향해 늙다리등으로 서로 적대감과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가까스로 복원된 정상회담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존경과 신뢰를 표현하며 신뢰프로세스를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은 단순히 말의 성찬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서로를 비방하던 대북,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 중단된 남북이산가족 찾기 행사가 다시 시작됐다. 단절된 남북철로를 연결하는 준비작업도 시작됐다. 북한은 자발적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했다.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민들도 돌려보냈다. 미국이 요구한 미군 유해 작업 송환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한미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도 취했다.

 

정전협정이후 한반도에서 모처럼 적대감이 사라지며 평화와 화합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현실은 새롭다. 북한의 돌변이 의아스럽기는 하지만 종전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이산가족들은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전쟁의 위기 속에 살아가는 한국민은 급변한 환경이 놀랍지만 반갑다. 남북철도 연결 사업은 기차타고 유럽여행이라는 꿈같은 희망을 현실로 다가온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확연하게 갈렸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자유한국당은 평양올림픽 쇼등으로 비판하며 나라가 통째로 넘어 간다고 반대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소위 조중동과 TV조선, 채널 A 등은 야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또 퍼준다” “속았다등으로 한반도의 평화 회담을 비판했다.

 

이 와중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부산출신의 한 시민으로부터 얼굴을 한차례 얻어맞는 사건이 벌어졌다. 구속된 이 시민은 남북회담에 사사건건 반대와 막말로 여론에 맞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다가 실패한 후 국회에서 천막농성 중이던 김 원내대표를 찾아가 분노를 대신 표출한 것이다.

 

문제는 김 원내대표가 한차례 얻어맞고 난 뒤 순식간에 올라 온 수 천 건의 댓글 내용이었다. ‘더 세게 때려야지’ ‘잘했다...’ 등 조롱과 비아냥은 야당에 대한 분노를 대신했다. 이런 분노는 20186.13 지방선거에서 야당 참패로 이어졌다. 한반도 평화시대를 거부하며 대결과 대립 구도를 이어가려는 정치세력을 국민은 표로 심판한 것이다. 문제는 야당의 주장을 대변하다시피 한 일부 신문과 방송은 반성도 없고, 기존 논조에 변함도 없이 시대정신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II.

한반도 평화의 시대, 화합과 협력을 선도해야 할 언론이 거꾸로 반목과 적대감을 드러내며 과장과 오보로 국가의 외교전략 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을 조금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선두에 서서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며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PD저널은 최근 “'1만 달러 요구설' 제기한 TV조선, 정정보도 '나 몰라라'”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TV조선은 지난 519뉴스7’에서 북한이 북한 풍계리 방문 비용으로 우리 돈 천백만 원 정도인 1인 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KBS는 지난 22<외신 취재진 수수료 없었다1만 달러 요구설오보로>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외신 취재진에게 사증(비자) 비용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1,100만 원)를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없는 사실만들며 국민 불신 조장하는 조선일보와 TV조선

 

TV조선이 단독보도로 마치 특종이라도 되는 양 보도했던 북한의 1만 달러 요구설KBS의 보도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정, 확인된 셈이다. JTBC 뉴스룸에서는 <외신 취재진 출국 비밀작전, 1만 달러 요구 없었다”>보도에서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은 오늘 외신 기자들도 북측이 제시한 비용은 1박에 식비 포함 250달러, 왕복 항공료 680달러 정도라고 밝혔다왕복 항공료와 하루 숙박비 기준으로 우리 돈 100만 원 수준이라 자세하게 전했다. 다행히 이번 건은 단기간내에 국내 경쟁 방송사에 의해 오보임에 밝혀졌다.

 

이런 식으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그동안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의 오보를 반복해 왔던가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남북평화시대에 찬물을 끼얹고 북한을 대화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오보행렬을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 이런 오보에 대해 해명이나 정정은 언제쯤 내놓을 것인가?

 

조선일보는 19861116김일성 사망보도를 단독으로 내보냈다. 소문을 기사화한 것인데 구체적으로 북한군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주말의 동경급전...본지 세계적 특종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자존심 없는 국내 미디어 대부분이 조선일보 오보를 그대로 베껴 단체오보로 국민을 기만했다. 국내 언론이 단체로 오보를 한 그 다음날 암살당했다는 김일성 주석이 평양공항에서 몽고주석을 영접하는 모습이 TV로 방영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996213일자 성혜림 망명설을 보도했다. 김정일 본처로 알려진 성혜림이 서방으로 망명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오보로 판명 났다. 중앙일보가 성혜림이 러시아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를 국가정보원이 확인하면서 일단락됐다.

 

20149월 김정은 제1비서가 40일간 잠적하자 출처가 불분명한 평양계엄령 선포설, 정신병설, 김여정의 대리통치설 등 근거도 불분명한 오보의 자유가 조선일보에 만개했다. 장성택이 처형됐을 때도 온갖 추측보도가 나왔는데,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와 염문설 때문에 처형됐다는 루머까지 기사화했다.

 

TV조선까지 나서서 광주민주화 운동에 북한개입설’ ‘북한특수부대 파견설등 오보수준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소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북한에 관한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보도를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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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민도 어느 언론도 북한을 찬양, 미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저널리즘은 어느 대상, 어느 국가든 사실에 기초하여 보도, 논평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조선일보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에도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규정하고 있다. 또한 오보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정하도록 강조학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저널리즘 원칙도 가이드라인도 북한보도에 관한한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지키려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이 이런 불법, 반칙 보도행태를 보이는데 대해 아무런 제제도 받지 않고 책임추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 시스템의 미비나 붕괴를 의미한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북한관련 오보는 이미 단순 실수의 단계를 벗어나 다분히 의도적이면서 무책임해 보인다. 그 오보를 정정조차 하지 않는 것도 언론의 책무와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근거 없는 비난정권에 대한 정당한 감시로 포장했다. ‘익명의 취재원을 동원하여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북한을 악마화하면서 취재원 보호를 내세웠다. 사실(fact)은 존중받지 못했고 믿거나 말거나식 주장(opinion)만 풍성했다. 조중동을 이끄는 선두에 조선일보가 있다. TV조선과 일란성 쌍둥이처럼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거부하는 몸짓으로 과감한 오보도 서슴없이 해낸다.

 

근거 없는 비난’, ‘정권에 대한 정당한 감시로 포장

 

언론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자유를 부당하게 불법으로 행사하는데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리적 책임은 이미 효력을 잃었다. 법적 책임을 강화하여 언론자율규제를 준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선 언론사 스스로 만든 윤리강령과 보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언론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언론은 자율규제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처럼 자율규제 준수를 최우선에 둔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그 자율규제 작동여부를 감시, 조사, 과징금 부과 등을 할 수 있는 정부지원, 민간기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영국의 경우 자율규제강화 차원에서 PCC(언론불만처리위원회, Press Complaints Commission)1990년에 만들었지만 실효성차원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아 결국 2014년에 폐기됐다. 대신 정부주도로 민간자율기구인 IPSO(The Independent Press Standards Organisation)를 설립, 개별언론사 윤리강령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심할 경우, 과징금까지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국내 언론에 대해서도 징벌적손해배상제도도입 권고

 

국내는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있는데, 법정기구로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지만 언론의 공정보도와 책임보도를 견인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언론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오거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권한이 없는 등 운영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어 언론불만에 대한 근본적 해소에는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불간섭 원칙은 언론정책이 될 수 없다. 언론정책의 핵심은 언론이 사실에 근거한 자유로운 보도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실추된 뉴스 신뢰도를 올리는 것은 언론사의 몫이지만 미디어 소비자를 보호하고 정제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정부의 언론정책에 달려있다.

 

자율규제만으로 언론의 자율은 지켜질 수 없다. 미국, 영국 등 언론 자유의 나라도 언론자유를 훼손할 때, 자율규정을 지키지 않을 때 강력한 타율규제는 피할 수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고의성 있는 오보에 대해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하는 제도)라는 타율규제는 바로 자율규제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힘이 된다. 국내 언론에 대해서도 징벌적손해배상제도도입을 권고한다. 

/<사람과 언론> 제2호(2018년 가을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