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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슈 분석

가짜 뉴스에 관한 처벌 논쟁에 앞서 해야 할 일

<가짜 뉴스> 저자가 드리는 고언입니다. 

내용이 조금 깁니다. 
양해 바랍니다.
....
가짜 뉴스를 연구해 온 언론학자로서 ‘가짜 뉴스 엄단방침’이란 정치권 발 언론보도의 표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엄단’이라는 표현은 자칫 ‘과거로의 회귀’를 함의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기에 우려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제가 지난해 썼던 책 <가짜 뉴스>의 일부 내용을 우선 인용해 올려드립니다.

가짜 뉴스는 지금도 개념 정의가 확실하지 않지만 그 역사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 왔습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가짜 뉴스는 지역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현상이지요.

물론 여러 역사적 사례를 현재의 가짜 뉴스와 비슷한 수준에 놓을 수 있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아직 최초의 가짜 뉴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립된 합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역사에 대한 정리가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가짜 뉴스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은 부연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가짜 뉴스와 비슷한 형태, 즉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짓된 정보를 흘린 사례는 인류 역사에서 때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어 나타났습니다.(중략)

최근 가짜 뉴스라는 용어가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 언론과 정치권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가짜 뉴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언론 보도를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가짜 뉴스란 단어를 사용하는 언론사조차도 가짜 뉴스를 제대로 구별할 줄 모른다는 것이지요. 가짜 뉴스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고사하고 법적인 개념도 확실히 규정되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입니다.(중략)

가짜 뉴스로 인한 여론 왜곡과 사회 분열이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이 현상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와 다양한 사례에 대한 체계적 분석, 그 사회적 영향력의 심층적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 대책이 모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가짜 뉴스를 빌미로 소통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는 물론 민주주의까지 후퇴시킬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중략)

지난 2월 커뮤니케이션북스의 이해총서로 출간한 <가짜 뉴스>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요즘 또 다시 가짜 뉴스 논쟁이 가열되고 있기에 다시 한 번 기억을 추슬러 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가짜 뉴스에 관한 선행 연구와 언론에 보도된 가짜 뉴스 사례를 중심으로, 풍자·패러디·루머·도용·오보·광고형 기사 등의 개념과 가짜 뉴스 개념을 비교해 설명하고 이에 관한 논쟁을 유형별로 나누어 정리한 것입니다.

현재 가짜 뉴스가 정치공방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노파심에서 부끄럽게도 제가 쓴 책을 조심스럽게 소개해 올려드리는 이유입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정책 논의나 토론을 하시기 전에 솔직히 자신이 없는 분들께서는 가짜 뉴스에 관한 선행연구 논문이나 관련서적을 일독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정치적 당리당략이나 주류세력의 기득권이 배제된 가운데 체계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만 합니다. 규제방안에 앞서 우선 개념정의부터 차근차근 정립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가짜 뉴스> 저자 드림.

http://commbooks.com/%EB%8F%84%EC%84%9C/%EA%B0%80%EC%A7%9C-%EB%89%B4%EC%8A%A4/


가짜 뉴스에 대한 논쟁이 언론계에서 정치권으로 옮겨 붙어 가열되는 상황에서 지난 10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올해 초 <가짜 뉴스>란 책을 쓰고도 모른 체 한다는 게 언론학자로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며칠 전 평화방송의 한 작가분이 <가짜 뉴스>에 대한 토론의 출연 요청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해서 이 분야를 연구해 온 언론학자로서 올린 글입니다.


제가 쓴 130여 페이지 분량의 <가짜 뉴스> 책을 모두 다 올려드릴 수가 없어서 일부 핵심 내용만 발췌했는데 아마 충분한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다시 블로그에 옮겨 적습니다.


우선 제 글에 대한 페이스북의 댓글부터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댓글들은 제 페이스북에 올라온 모든 회원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된 글이며 이와 연동된 블로그에도 공개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짜 뉴스의 합의적 개념정립이 시급히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건강한 논쟁의 불씨를 지피고자 하는 뜻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E.. 뭔 소린지? 가짜 뉴스는 목적을 갖고 여론을 호도하는 악의에 찬 뉴스이고 그 피해가 엄청나서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하는건데 뭐 복잡하게 생각하시는지     

김.. 에스더... 같은 경우는 확실히 너무 악의적이고, 그 속이 빤히 보이긴 하는데요, 생각하기에 따라선 과거 김어준 씨가 잘 하던 음모론 같은 것도 페이크뉴스로 보일 수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한 통제가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응분의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서.. 명확한 개념정의 없는 규제는 오히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누를 범할 수 있지요
그런 견지에서 언론학자로서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시는거라 생각합니다.
E..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누가봐도 가짜임이 명백한 경우이고 언론이라하면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는게 진정한 언론이죠. 이게 무슨 언론의 자유와 상관이 있지요? 언론이 제 사명을 다하면 가짜 뉴스에 대한 걱정 안하죠. 언론이 확인 없이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 하는데 이게 무슨 언론의 자유와 상관 있는건지 이해가 안되네요.
E.. 진정한 언론 학자라면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 하는 언론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게 더욱 학자 다운 모습인게지요
서.. 그러니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함의가 먼저 도출된 위에서 규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한다는


10월 10일과 11일 사이에 올라온 세 분의 댓글들(위)과 이에 대한 저의 답변 글(아래)입니다.

 


저의 의견에 댓글로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와 현재 페북 친구 사이는 아니지만 관심을 가져 주신 E..님, 그리고 저와 페친 관계로 지내면서 오랫동안 좋은 의견과 정보를 주고 계시는 김..님, 서..님. 세분 모두 좋은 의견이십니다. 
그런데 주장이 약간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감히 제가 좀 끼어들겠습니다. 

가짜 뉴스로 인한 여론왜곡과 사회적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책(처벌)을 놓고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요. 특히 E..님께서는 “피해가 엄청나서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는건데 뭐 복잡하게 생각하시는지”라고 의견을 주시면서 추가적으로 “진정한 언론학자라면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더욱 학자다운 모습“이라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다만, 제가 문제를 제기했던 바와는 약간 다르게 해석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정리해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오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가짜 뉴스’라는 개념은 많은 분들이 제시했지만 아직 학계나 법조계에서도 합의되거나 명료하게 정립된 개념정의는 없다는 점을 전제한 것인데 E..님께서는 “목적을 갖고 여론을 호도하는 악의에 찬 뉴스”라고 단정하며 처벌을 주장하셨습니다. 
현재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짜 뉴스의 개념은 ‘언론의 외양적 진실스러움을 훔친 악의적 거짓 정보’, ‘허위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사 형식을 차용해 작성한 것’, ‘뉴스가 아닌데 뉴스의 형식을 모방하는 광고형 기사’, ‘상업적 또는 정치적 의도성을 가지고 전통적인 뉴스 매체 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거짓 정보’, ‘지라시 등을 활용한 의도된 잘못된 정보’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점점 이러한 의견들이 한 두 개로 좁혀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제가 <가짜 뉴스> 책을 쓰면서 거의 140여 편의 국내외 관련 연구논문과 보고서, 저서 등을 고찰한 결과에서도 드러났으며 일부는 책에 상세하게 발췌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E..님께서 그렇게 쉽게 정의를 내려 주시니 한편으로 시원한 느낌도 들지만 문제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정의가 모호한 가운데 ‘처벌’이라는 규제조항이 앞선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기에 문제제기 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드립니다. 
차제에 심각한 사회 갈등 이슈이자 정치적 논쟁으로 부상한 가짜 뉴스 현상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조사와 다양한 사례에 대한 체계적 분석, 그리고 개념정립에 있어서의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 이후에 처벌과 규제가 논의되는 게 우선이라는 게 골자입니다.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적해 주셨는데, 현재 언론에 의한 허위사실의 적시·유통행위를 통한 인격권 침해나 명예훼손, 선거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그 밖의 민·형사상의 피해 등은 현행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법, 공직선거법, 형법, 민법 등으로 법적 제재와 피해 구제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가짜 뉴스를 명확히 개념정의하지 않으면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다 신중을 기하자는 취지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종진님과 서치식님의 의견에는 저도 공감하며 앞으로 가짜 뉴스에 관한 더 많은 논의와 공감이 이뤄지길 소망합니다. 세 분 의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가짜 뉴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외국에서 확산되는 'Fake News'와 국내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짜뉴스'의 역사와 개념은 다릅니다. 물론 사회적 맥락에서 보면 공통된 부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국내에서는 개념정의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은 학계나 법조계 등이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처벌과 규제를 앞세운다면 결과는 어떨까요?


자칫 치명적인 오류나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가져올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고 광범위하게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합의해 나가야만 합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사람과 언론>에서는 꾸준히 지켜보며 대안을 찾는데 다소나마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사람과 언론> 제3호(2018년 겨울호)에서는 이 문제를 다룬 국내외 논문들과 저서들을 중심으로 가짜 뉴스 개념 정립과 법적 규제 방안 등을 조명하고 사회적 합의에 필요한 과제들을 짚어 볼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박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