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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슈 분석

이슈 분석 : 댓글과 여론 조작

[특집 기획] 이슈 분석 : 댓글과 여론 조작

박주현(언론학 박사)



쟁점 1. 댓글만으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을까?

쟁점 2. 드루킹 방지법 남발은 왜 표현의 자유 침해인가?

쟁점 3. 댓글과 미디어의 여론 조작, 문제점과 대책은?

 

6·13 지방선거 기간 내내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한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드루킹 사건을 들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이 선거 기간에 여론 조작의 활용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준 사건이자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조직적인 인터넷 댓글을 통한 선거 개입 악몽을 떠오르게 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과는 다른 방향의 흑색 정치 공방 가열과 드루킹 방지법 남발 등은 표현의 자유를 옥죄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드루킹 사건의 개요와 함께 이 사건으로 번진 논쟁들 가운데 그 중심에 놓인 댓글만으로도 여론 조작을 할 수 있는지?’, ‘드루킹 사건이 표현의 자유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댓글과 미디어의 여론 조작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드루킹 사건의 핵심 개요

 

드루킹 사건은 파워블로거이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인 김동원 씨(48·드루킹)를 비롯한 경공모 회원들과 일부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인터넷에서 각종 여론 조작을 했다는 혐의와 의혹이 불거지면서 붙은 명칭이다. 일명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도 불린다.

 

필명 '드루킹'2000년대 초반부터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주목 받았던 인물이다. 드루킹의 블로그는 2009년과 2010년 연속 '시사·인문·경제 파워블로그'에 선정됐으며, 누적 블로그 방문자 수가 지난 3월 기준 98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터넷 공간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지닌 블로거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어떻게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된 것일까?

 

그는 정부와 여당인사 등에 인사 청탁한 것이 거부된 것에 반감을 갖고, 네이버 뉴스 기사 댓글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현 정부를 비방하는 등 이른바 여론 조작활동을 했다는 혐의와 실체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지난 3월 이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혐의는 이러한 여론 조작 혐의 외에도 지난 19대 대선 이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조직적인 여론 조작 활동을 해왔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 당선을 위해 네이버 등에서 활동을 했다는 점이 정치권에 거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여론 조작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특검을 요구하며 대여 공세를 가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친문이었던 드루킹이 대선 이후 반문으로 돌아선데 대해 세간의 의구심은 더 높다. 인사 청탁 무산에 따른 보복으로 반정부 댓글로 여론 조작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드루킹이 운영해 온 경공모 회원들의 증언과 수사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드루킹은 지난 2010년에는 친박 단체에도 줄을 대려고 했고, 최근에는 입지 확대가 어렵게 되자 차선책으로 자유한국당을 뚫어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논란과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구속된 드루킹이 정부에 비판적인 댓글에 추천 수를 조작하던 동안 페이스북에 네이버 기사 댓글이 여론을 좌우하고 온라인 여론 점유율=대통령 지지율이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네이버 기사의 댓글에 집착을 보인 이유와 네이버의 댓글 조작 책임론까지 대두됐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공룡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네이버에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해지는 이유다. 드루킹 사건의 불똥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쪽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댓글만으로 과연 여론을 조작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가 운영하는 ‘SNU 팩트체크(Fact Check)’드루킹 사건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댓글과 여론 조작의 문제를 언론사들과 연계해 검증·발표했다.

 

SNU 팩트체크는 인터넷 댓글 조작으로 구속 기소된 필명 드루킹이 자신의 SNS에서 네이버 기사 댓글이 여론을 좌우하고 온라인 여론점유율=대통령지지율이다고 쓴 내용이 언론에 부각되자 과연 극소수가 쓰는 댓글이 여론을 바꿀 수 있는지에 관한 검증과 그에 대한 결론을 지난 423일 내놓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검증 결과는 <사실>이었다.

 

SNU 팩트체크가 내놓은 검증 내용은 대다수 연구의 공통적인 결론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사람들은 댓글이 사회 여론인 것처럼 의식하고, 댓글은 언론 기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는 선행 연구와 기사의 논조보다 댓글의 논조가 독자의 의견에 더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 사람들은 단 몇 개의 댓글만으로 여론을 추론한다’, ‘인터넷의 찬반투표 결과보다 오히려 댓글이 더 영향이 컸다등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댓글로 여론 조작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덧붙였다.

 

SNU 팩트체크는 중국 공산당의 댓글 여론부대 '우마오당'의 사례를 들었다. “2015년 모집공문이 유출돼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는데 하바드대(그레이킹)의 연구에 따르면, 인원수는 200만명, 고수와 사수 등 직급을 갖춘 조직이라며 공산당 행사 등 때 여론 조작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SNU 팩트체크는 댓글에 대한 세계 각국 언론의 대응에 관해서도 보충 설명했다. “2016년 세계신문협회가 낸 댓글은 여전히 유효한가?’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NPR, CNN, 로이터 등은 댓글을 폐지하는 등 60%는 댓글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은 댓글을 다는 기사나 시간을 제한하고 우수 댓글을 재 기사화하는 등 언론과 댓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SNU 팩트체크는 419MBC가 보도한 댓글만으로 여론조작 가능?대책은?’이란 제목의 기사를 검증 기사로 제시했다. 제휴 언론사들과 여러 검증을 통해 팩트체크를 운영하고 있는 SNU 팩트체크센터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전혀 사실 아님’, ‘대체로 사실 아님’, ‘절반의 사실’, ‘대체로 사실’, ‘사실’, ‘판단 유보6개 중 하나의 결론을 제시해 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드루킹 방지법 남발은 왜 표현의 자유 침해인가?

 

드루킹 사건 발생 이후 정치권이 가장 뜨겁다. 여야 할 것 없이 포털 뉴스 댓글 규제가 필요하다며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금지나 댓글 실명제 강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소위 드루킹 방지법을 정치권은 너도 나도 추진하겠다고 나서 자칫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악법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난 53드루킹 방지법 남발에 반대한다는 논평에서 이 문제를 조목조목 다뤄 눈길을 끌었다. 골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드루킹 방지법 남발에 반대한다, 표현의 행사 방법 제한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란 논평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론조작목적의 매크로 사용 형사처벌은 표현의 자유 침해

 

지난 131일 더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처음으로 매크로 등을 이용해 댓글을 다는 행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최근 한 주 동안에만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 박완수 의원, 김성태 의원, 송희경 의원, 바른미래당 오세정 의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드루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이유이다.


각 법안의 내용에 차이가 있긴 하나 크게 보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칠 목적의 매크로 사용 금지를 개정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형사처벌이 필요할 만큼의 중대한 여론조작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익명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에서 시민의 의사표현 하나하나가 모여 여론을 형성하는데, 한 사람이 마치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열심히 대자보를 붙이고 다니거나 포털에 댓글을 쓴다고 하여 여론 조작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여론이 조작되었는지는 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개정안들 중 어느 안도 여론 조작에 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해당 용어가 얼마나 불명확하고 모호한지에 대한 방증이다.


또한 인터넷에서의 여론은 바로 드루킹의 사례에서 보듯이 포털 이용자들이 주도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들이 일부 게시판에 조직적으로 또는 매크로를 사용해서 의견을 부풀렸다고 하여 마치 언론사가 방송사고나 오보라도 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인터넷 여론의 소비자 자주성에 터잡은 헌법재판소의 2011년 인터넷 선거운동 결정에 반하는 것이다. 물론 국정원 댓글 사태처럼 국가가 개입을 하는 경우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렇게 처벌요건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매크로에 대한 원천적인 금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매크로는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 컴퓨터가 자동으로 반복적 작업을 수행하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는 인간의 컴퓨터 사용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가치중립적 기술이며,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사람이 키보드를 쳐서 직접 댓글을 다는 표현 행위를 자동화해서 편하게 만든 것인데, 사람이 일일이 타이핑을 하면 괜찮고 기술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발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으며 실효성도 없다.


드루킹 사태는 인터넷 실명제 때문에 발생, 댓글 실명제는 해법이 될 수 없어


따라서 기술적으로 금지하는 게 어렵다면 댓글 실명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장제원 의원안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박대출 의원안, 오세정 의원안은 개인정보 도용을 처벌하고 있고,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댓글 실명제를 넘어 인터넷 실명제를 완전히 부활시키는 시대착오적인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드루킹 사태는 오히려 실명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도입하기도 전에 전 세계에서 최초로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실시한 나라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2012년 위헌 결정이 났다고는 하나 정보통신망법상 공공기관 실명제,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실명제,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 등 여전히 광범위하게 인터넷 실명제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시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해 본인확인을 하고 있어 자발적으로 실명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실명제가 원칙이고 익명제가 예외인 기형적인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졌고, 온라인상의 한 계정이 오프라인상의 한 인간을 1:1로 대표한다는 신뢰를 갖게 되었는데, 이러한 공동체의 신뢰가 깨지자 분노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애당초 우리나라 인터넷이 익명성을 완전히 보장하는 공론의 장이었다면 각 온라인 커뮤니티, 공동체마다 다른 규칙과 문화가 생겨나 이용자들은 해당 공동체의 규칙에 상응하는 정도의 신뢰만을 가졌을 것이어서 드루킹 같은 존재는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헌재 2012. 8. 23. 2010헌마47·252(병합),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그 밖의 해결책으로 댓글 수나 추천 수 제한, 댓글 시스템의 폐지, 댓글 차별금지(신용현 의원안), 뉴스 아웃링크 의무화(박성중 의원안, 신상진 의원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전적으로 해당 서비스 제공자인 포털이 선택할 일이며, 포털들은 이용자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사용성을 고려한 최적의 개선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넘어 정치권에서 드루킹 처벌법 또는 방지법이라는 미명 아래 실명제의 강제나 서비스 내용의 강제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과 언론이야말로 철저히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마치 이용자들의 요구인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고 조작하기를 그만두라.(201853일 사단법인 오픈넷)

 

댓글과 미디어의 여론 조작, 문제점과 대책

 

의견이나 여론의 형성은 어떤 사실이나 문제를 개인이 지각하면서 비롯된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정치적·경제적 생활환경이 확장된 사회에서는 주위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적 의견이나 여론은 어쩔 수 없이 미디어가 보도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미디어가 수로화한 방향을 따라 형성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많은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은 선거철만 되면 미디어의 여론 흐름에 관한 의제설정이 투표 행위에 미치는 효과, 즉 우세자 편승 효과(bandwagon effect) 또는 열세자 동정 효과(underdog effect)에 대해 관심을 많이 기울여 왔다.

 

우세자 편승 효과는 대세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 1950)1950년에 발표한 네트워크 효과의 일종으로 서부 개척 시대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역마차를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던 현상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반대로 열세자 동정효과는 투견 경기에서 밑에 깔린 개를 말한다. 게임이나 시합에서 전력이 뒤처지는 사람을 언더독(underdo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열세자 동정 효과는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며 이들이 강자를 이겨 주기 바라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최근 들어 인터넷이 만들어 낸 휴먼 네트워크는 미디어와는 매우 다른 환경을 창조한다. 수많은 컴퓨터가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과 사람을 빛의 속도로 연결하고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힘은 텍스트만이 아닌, 어찌 보면 텍스트보다 더 강력한 수단일 수 있는 동영상, 플래시 등 다양한 형식의 정보를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무한정으로 소통시킨다.

 

특히 댓글의 질적·양적 성장은 하이퍼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저널리즘의 발달에 기여를 많이 했다. 무엇보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공론장 참여를 통한 의견 개진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댓글은 여론으로서 영향력뿐만 아니라 참여자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과 가능성을 놓고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을 통한 댓글은 매우 중요한 여론 형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올바르지 못한 여론 형성 과정에 이용되어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댓글을 통한 선거 개입 과정에서 보여 주었듯이 댓글은 공론장과 여론 형성의 기능 외에도 선전 도구형 저널리즘으로 불릴 정도로 특정 집단에 의해 편향된 여론 주도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은 사회의 의제 설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인터넷의 기술적 내용의 특성이 전통적인 저널리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의제 설정에 따른 여론의 형성과 공론장 구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선형적 댓글 저널리즘은 표현의 자유 확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현상으로 부각했다. 선거 기간에는 더욱 기능이 확대되는 추세다.

 

199715대 대선이 TV 선거였다면 200216대 대선부터 인터넷 선거가 등장하여 201218대 대선과 201719대 대선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SNS 선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텔레비전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인터넷과 SNS 등 새로 등장한 뉴미디어들의 정치적 힘이 날로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매개하는 정치 참여는 위와 같은 순기능 외에도 역기능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을 통한 선거 개입은 바로 이러한 인터넷 정치 참여의 역기능으로 볼 수 있다. 선거 기간 중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권력의 끊임없는 여론 조작 기도와 이로 인한 민주주의의 훼손은 실로 큰 역기능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하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여론 조작의 공간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여론 조작을 위한 사이버상의 댓글 행위는 여론 조작 저널리즘(manipulation of public opinion’s journalism)’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 과제다. 모처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서는 더욱 안 된다.

/<사람과 언론> 창간호(2018년 여름) 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