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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슈 분석

블록체인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블록체인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서홍석(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교수/AI블록체인연구소 소장)



블록체인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뜨거운가?

 

최근 블록체인, 암호화폐, 그리고 ICO 관련 시장이 매우 뜨겁다. 프로그램 개발자 중에 다른 분야 대비 20% 이상의 비싼 연봉을 받으며 가장 인기 있게 조명 받는 분야가 블록체인이고,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암호화폐의 종류가 1,600개가 넘는다. 또한,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ICO1,000건이 넘는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무엇이고,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향후 미래는 블록체인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의 한 종류로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만드는 기술로 사용된 거래 데이터를 저장하는 구조이다. 본고에서는 편의상 블록체인분산원장까지 포함하는 블록체인 산업의 의미로써 사용하고자 한다.

 

분산원장의 목적은 중앙기관이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보관하던 거래원장을 거래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 저장함으로써 중앙기관이 없이도 거래의 신뢰를 가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블록체인에 저장된 거래 내용을 더 이상 변경이나 변조할 수 없는 성질을 가진다. 이를 위하여 블록체인 기술에는 암호기술중 하나인 해시함수(Hash Function)과 디지털 서명(Digital Signature)이 사용되었다.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Bitcoin)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에 의해 2008년 공개되었고, 이후에 수많은 암호화폐가 줄지어 공개되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그들 중 이더리움, 리플 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ICOInitial Coin Offering의 준말로 암호화폐를 최초로 발생하는 행사를 말한다. 암호화폐 투자자로부터 법정화폐 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받고 새롭게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나눠주는 일종의 클라우드 펀딩이다. 하지만 ICO는 수익을 약속하거나 증권을 나눠주지 않고 코인만을 주는 게 차이점이다.

 

20181월까지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다가 세계 여러나라의 규제와 ICO 금지, 그리고 거래소 해킹사건 등으로 열기가 많이 식은 상태이며 비트코인의 경우 최고가 2,600만원의 1/4수준인 7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9ICO는 금지하면서, 블록체인 산업은 장려하는 비정상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인터넷 기술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수 많은 스타트업과 혁신가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의 경제구도와 질서를 바꾸려고 한다. 그 핵심요소를 기존의 인터넷이 이루어 온 그것과 비교하여 살펴보는 것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변화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은 거래의 신뢰를 대행하던 중앙기관을 없애고 참여자간 직거래(P2P: Peer-to-Peer)로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중앙기관에는 정부, 은행, 기업 등을 총 망라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암호화폐 발행이다. 국가의 중앙은행이 독점하던 화폐발행을 누구나 할 수 있게 기술을 공개하고 발행을 시도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간 송금도 매우 저렴한 수수료로 실시간에 가능하여 경제적 국경을 무너뜨리고 있다.

 

또 다른 요소로 계약 방식의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라는 기능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거래 당사자들이 명시해 놓은 계약 조건이 충족하면 자동으로 거래가 성사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식거래 방식 중 내가 정해놓은 가격조건이 맞으면 거래가 되도록 하는 자동주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자동주문이 산업전반에 적용되어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진행시키는 변화를 생각해 보라. 이로 인해 기존의 수많은 거래를 도와주던 중개인 업종이 스마트 계약과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변조 불가능하고 거래의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특징으로 수 많은 분야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유통과 제조산업에서 공급망이나 물류 내부에서 움직이는 재화들의 원본 확인이나 원산지 추적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원산지 속임, 유통기한 위반 등을 더 이상 못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인터넷 보안도 큰 변신이 가능하다. 인터넷 기술은 태생부터 혁신적인 기능을 보안보다 중요시해서 보안에 취약하다. 특히 IP, MAC주소, DNS 등 인터넷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가 쉽게 위/변조될 수 있으며, 인터넷상의 해킹은 대부분 이런 취약점에 근본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요소들을 모두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조한다면 안전한 인터넷이 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여기서 살펴보고자 하는 걸림돌은 기술적인 요소가 아닌 경제구조 또는 질서에 관한 것이다. 거래처리 속도 또는 블록체인에 의해 새롭게 발생하는 네트워크의 트래픽 규모 등의 기술적인 문제는 지금까지 인류가 이뤄온 기술적 발전을 비추어 볼 때 결국 해결이 되거나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앙기관 없이 거래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것에 대한 중앙기관의 저항일 것이다. 인터넷 시대가 성숙되면서 시장은 글로벌화되고 인터넷상의 상거래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은 거래의 중앙기관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대표적으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그들의 사업영역에서 전세계의 거래를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이런 결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거래 질서로부터 중앙기관을 제거하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P2P 거래를 하는 새로운 거래질서를 만드는 것이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기존의 중앙기관이 얻고 있는 수익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플랫폼 운영비용 수준이다. 일종의 협동조합 모델로 거래질서를 바꾸자는 뜻이다. 따라서, 기득권을 가진 기존의 중앙기관들이 반발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들 중앙기관 중에 가장 큰 힘을 가진 정부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산업을 발전시키는 혁신 동력이다. 만약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혁신의 결과가 인터넷 시대의 그것과 비교하여 전체적인 이득이 떨어진다면 인터넷 시대를 이끌어온 혁신기업가(Entrepreneur)는 더 이상 블록체인이 목표하는 혁신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시대의 혁신은 대다수 참여자를 통해서 구축해 가야 한다. 과연 대다수 군중이 이러한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질서를 바꿀 때 대다수 군중의 참여가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을 알고 있다. 경제적 질서 혁신에도 대다수 군중의 힘이 발휘될 것인가가 지켜봐야 할 숙제다.

 

역사적으로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한 계급을 본적이 없다. 혁명을 통해 기득권을 빼앗고 이를 혁명주도 세력들과 시민들에게 재분배한 것이 지금까지 반복된 역사였다. 그런데 블록체인이 바꿀 질서의 범위는 글로벌이다. 글로벌 단위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혁명이 아닌 타협점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 갈 것이며, 그 타협점이 어디일지를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이런 가정하에서 이제 블록체인이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어떤 미래가 우리에게 오고 있을까?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오로지 물리적인 세계, , 실세계(Real World)만 있었다. 인터넷 시대가 성숙되면서 사이버 세계(또는 디지털 세계)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사이버 세계에서는 키보드와 마우스 하나만으로 엄청난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 반대편 친구와 대화, 상품 구매 등 통신과 전자 상거래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여기서 실세계에 연결성을 가진 사이버 객체에 집중해 보자. 개개인이 대부분 여러 개를 소유하고 있는 웹 사이트 로그인을 위한 ID와 패스워드, 인터넷 장비마다 부여되는 IPMAC 주소, 각종 증서 등 실세계의 객체가 투영된 디지털 객체가 많이 존재한다. 인터넷 시대에는 이러한 객체의 실세계 객체와의 연결성은 아주 약했다. , 어느 한쪽의 변경을 감지할 수 없어 수 많은 사람과 중앙기관이 반복적으로 그 변경사항을 추적 관리해야 했다. 이런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실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예상하려고 한다.

 

사람을 비롯하여 소나 개 등의 가축, 그리고 건물, 토지 등 수많은 실세계 객체가 블록체인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객체로 만들어 질 것이다. 이들 객체는 실세계 객체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실세계의 변화상태를 디지털 객체로 반영할 것이다. 이런 연결고리로 IoT(Internet of Thing) 센서가 주로 사용될 것이며 연결고리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기술발전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가축이나 건물, 토지는 디지털 세계에서 P2P 형태로 거래가 될 것이며, 인터넷 시대보다 더 강력한 신뢰를 가지며 더 많이 자동화된 거래로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이제 서서히 태동하고 있는 가상현실 또는 증강현실에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P2P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며 그 규모는 급속히 늘어갈 것이다.

사이버 세계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무한히 발전할 것이다. 그 발전의 한 면은 실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연결성이 강화되어 마치 하나인 것처럼 동작할 것이다. 다른 한 면은 암호화폐이다. 사이버 세계의 본격적 발전은 그 속에서 거래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세계에서의 거래는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하기에 여러 한계점이 있으며 오히려 암호화폐가 적합한 요소가 많다. 우선은 블록체인 시대의 사이버 세계는 국경 없이 구축이 될 것이며, 사이버 세계의 다양한 서비스에 맞춰 지불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법정화폐가 지불수단으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암호화폐가 각자의 영역에 최적화되어 유통되는 시대를 우리는 맞게 될 것이다.

 

남은 문제는 암호화폐가 실세계로 얼마나 많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 이다. 이것은 이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력이고 싸움이다. 기득권을 가진 기관들이 아직은 지켜보고 있을 뿐!

/이 글은 <사람과 언론> 제2호(2018 가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