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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슈 분석

정치인, 거짓말 재판과 무죄 판결

[이슈 포커스] '이재명 대법 판결'이 남긴 의미

김희수. (현)변호사(법무법인 리우), (현)인권연대 운영위원 (저서) '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삼인, 2011년) 공저 외.

 

“법의 이름을 빌어 법의 판단 영역으로 억지로 끌어들인 사건” 

 

“검찰은 이것을 거짓말이라고 문제 삼아 기소하였고, 법원은 적법한 권한 행사라고 판단하면서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모순된 논리로 유죄라 판단하였다. 정치도 그만하라고 못 박았다.

 

검찰이 피고인을 도덕적·윤리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의 이름을 빌어 법의 판단 영역으로 억지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김희수 변호사는 <사람과 언론> 제7호(2019년 겨울호)에 기고한 글 ‘거짓말 재판-이재명 경기지사 항소심 판결’을 중심으로‘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결론 부분에 남겼다.

 

‘검찰이 피고인을 도덕적·윤리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의 이름을 빌어 법의 판단 영역으로 억지로 끌어들인 것 ’이라고 한 대목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저항의 뿌리’를 자극시켰다.

 

<사람과 언론> 2019년 겨울호가 발행되고 학계과 법조계에선 많은 논란이 일었다.

 

“그렇다고 이재명 재판을 거짓말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주장과 “이재명 사건의 재판은 정치적 재판이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으로 엇갈렸다.

 

당사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초연함을 보였으나 내심 불안했을 것이다.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는 경우 모든 정치적 꿈과 야망을 내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도지사 직도 하차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상황에서 대법원에 눈과 귀가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김희수 변호사, <사람과 언론> 7호에 쓴 글 학계·법조계 찬반 논쟁 가열

 

'사람과 언론' 7호(2019년 겨울) 표지

 

그로부터 반년의 시간이 흐른 2020년 7월 16일.

 

대법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이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고, 사실상 정치활동을 그만둬야 하는 위기를 벗어났다.

 

대법원 판결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한 정치인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민주주의와 선거, 표현의 자유 등 중요한 헌법 원리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피고인이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기에 많은 언론들이 주목했다. 실제 언론보도들이 법리적 쟁점보다는 이재명의 정치적 생명에 초점을 맞춰 보도된 것은 그가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완전히 뒤바뀐 사건이다. 1심은 무죄로, 2심은 유죄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이재명의 토론회 중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 이유로 △질문 및 답변의 의도 △발언의 다의성 △합동토론회의 특성 등을 들었다. 발언 내용이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나 없었나를 특정할 수 없게 불분명하고, 그 발언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의 의도적 사실 왜곡은 아니라는 취지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만을 추출해 언급한 것으로는 어떤 구체적 허위사실을 공표한 게 아니라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즉흥적인 질문이 이뤄지는 토론회 특성상 답변의 의미가 다의적이거나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의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후보자가 토론회에서 어떤 질문에 대해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만 일부러 숨기고 답했다면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발언의 전체적 취지와 선거인이 이런 발언을 접했을 때 받게 되는 인상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 일부 친형에 대한 절차를 피고인이 진행했음에도 이 사실을 숨긴 채 발언한 것은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내용을 진술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법원 “공직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죄를 함부로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대법관 7명은 1심의 판단을, 5명은 2심의 판단을 선택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공직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죄를 함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에 앞선 1·2심보다 더 나아간 판시도 있었다. 대법원이 새롭게 제시한 것은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법의 테두리 안에 공직 후보자의 발언을 가두고 처벌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판결임에 분명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두고 "자유선거의 원칙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선거운동의 자유는 곧 표현의 자유"라며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반대 측 논리도 존재했다. 반대 의견은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이 냈다. 이들은 "후보자 토론회 공방 과정에서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 유포가 허용되거나 그에 대한 금지 척도가 낮아질 경우 유권자들은 토론회에서 알게 된 정보를 믿지 못하게 된다"며 "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토론회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해 토론회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수의견과 같이 '공표'의 의미를 해석할 경우 오히려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여부가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지게 될 우려가 커지고, 무엇이 허위사실공표죄에서 금지하는 공표행위인지 여부를 국민들이 알 수 없게 된다"며 "'공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리는 것'이고, 다수의견은 이 의미를 벗어나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조하자는 것으로 이는 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직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기에 추후 일선 법원들도 비슷한 사건에서 위와 같은 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법관 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갈린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추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거짓말은 했느냐는 법정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공직 후보자에게 어느 정도의 도덕성을 요구할 것인가'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우리 사회에 또 한 번 큰 논쟁거리를 제시한 셈이다. 그래서다. 여기서 다시 김희수 변호사의 주장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 사건이 첨예화할 무렵부터 ‘거짓말’에 주목했다. ‘누가 거짓말은 했느냐’는 법정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는 주장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별다른 의식 없이 선의의 거짓말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거짓말 잘하는 사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정치인들입니다.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서 선거 공약(公約)이 거짓말, 빈말로 바뀌는 공약(空約)은 일상적으로 목도해 온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는 선거철만 되면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공약에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의 공약을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행할 수 없었다면 이는 수긍할만한 이유가 상당히 있다"며 “하지만, 공약불이행을 넘어서 국가를 불행으로 이끈 국가 대표선수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도 많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그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1950. 6. 28. 이승만 전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해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십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라고 방송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대전으로 도주해 버렸다. 한강 폭파로 수 백 명의 무고한 사람이 수장되어 몰살당했다.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우리는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했다. 우리는 생물연구소들을 발견했다’고 말하며,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부시 스스로 ‘제2의 십자군 전쟁’이라고 떠들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주권국가를 침략하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은 정보공작이나 범행 은폐 시도에 대해 자신은 아는바가 없다고 계속 거짓말하다가 미국정치 사상 최초로 탄핵 위기에서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불명예 주인공이 되었다.“

 

이처럼 그는 정치인의 거짓말은 평범한 사람들의 거짓말과 비교하면, 영향력이나 파괴력에 있어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정직한 정치인을 요구하고, 갈망하기까지 한다”는 그는 “정치인들 거짓말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거짓말한 정치인을 감옥에 보낸다면 아마 정치인 모두 감옥에 가게 될 것”

 

그런데, “국민의 심판 이외에 정치인의 거짓말을 이유로 형사재판을 통해 처벌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한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앞서 말한 거짓말로 처벌받은 사실은 없다”면서 “거짓말한 정치인을 감옥에 보낸다면 아마 정치인 모두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재차 강조하고자 한 말은 다로 그 다음으로 이어진다.

 

“어떤 거짓말을 법으로 처벌할 것인지는 문제는 곧 법과 도덕의 영역을 구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원히 해결되기 어려운 ‘법철학의 케이프 혼’으로 불리는 논쟁 과제라 볼 수 있다.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아니하여 민주적 정통성이 박약한 사법 권력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을 심판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를 침탈할 우려가 있고,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2019년 9월 6일 수원고등법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재선의 강제입원절차와 관련해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을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다. 한마디로 피고인이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하여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를 받은 경우 그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300만원의 벌금형 선고는 경기도지사직을 박탈하는 법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김희수 변호사는 법원이 이재명 경기지사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하였는데 과연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지, 법적 판단은 정당하고 정의로운지, 정치인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논리정연하게 반박과 논거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특히 사건의 개요와 재판 경과,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제1심과 항소심 판결에서 인정하고 있는 기초 사실 및 경과, 거짓말이라고 법원이 판단한 발언 내용 등을 상세히 정리하고 분석했다.

 

법정 논쟁이 됐던 2018년 6월 5일 문화방송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발언 내용도 면밀히 들추어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거짓말 재판이라고 판단한 이유를 다음가 같이 섰다.

 

“무릇 어떠한 사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하나, 나아가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소극적으로 이를 숨기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덧붙이는 진술을 하였고, 그것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 역시 위 법조항 소정의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개인 사생활 프라이버시권 엄연히 존재,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전부 말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정신 침해”

 

김명수 대법원장

 

아울러 김 변호사는 거짓말이라는 법원 판결의 위법성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토론회에서 A시장이 정신보건법에 따라 B라는 정신질환 의심 자에 대해 경과 내용 등을 자세히 발언하는 경우, 업무상비밀누설이나 명예훼손 등의 법적 문제로 비화되고, 도덕적으로도 극심한 비난이 일어 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피고인의 친형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밝히고, 발언해야 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항이다.

 

항소심이 사실을 숨긴 채 발언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지극히 사적인 가족관계에서의 비극적인 내용으로 철저하게 보호받아야 할 매우 민감한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는 도덕적·윤리적 의무도 인정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다. 정치인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개인 사생활 프라이버시권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전부 말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 정신을 침해하는 위법한 것이다.

 

따라서 항소심의 판단은 부작위범에 대한 법리를 위반한 위법한 판결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입증책임과 증거취사선택 위반 판결에 대한 사례와 문제점도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이 필요하고,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 것만으로는 죄가 성립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검사가 피고인 답변을 “이재선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만 오로지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증거로 입증한 사실이 전혀 없고, 그런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원심 판단은 재판부의 독자적인 주관적 해석 이외에는 달리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은 검사의 입증책임 원칙과 증거취사선택에 있어 위법을 저지른 위법한 판결이다.

 

“피고인에게 정치적 타격 입히려는 의도로 기소 강행한 것이라는 의심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

 

그러면서 그는 “가사 항소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은폐하여 피고인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로 기소를 강행한 것이라는 의심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마지막 결론에서 “검찰과 법원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와 정의를 외면하고, 정치와 법과 도덕의 경계를 무너뜨려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면서 “피고인이 거짓말 한 것이 아니고, 거꾸로 검찰과 법원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매우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사람과 언론> 제7호(2019 겨울)에 쓴 그의 글이 주는 무게와 메시지는 너무 강렬하다.

 

다시 2020년 7월의 대법원 판결을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재판의 쟁점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친형을 불법적으로 강제 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인지 여부였다.

 

원심은 비록 합법적인 절차이지만 형의 정신병 진단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데 이를 말하지 않은 것은 유죄라고 봤으나, 대법원은 해당 발언은 불법 의혹을 부인한 것일 뿐이라는 이 지사 쪽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제한된 시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토론회의 성격을 지적하면서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국민주권 원리를 강조하고 선거 결과에 대한 과도한 사법적 개입을 경계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대법원은 선거 과정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발언 하나하나의 불법성을 사후적으로 따지기보다 이를 받아들인 ‘유권자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대법원 논리는 상식에도 부합한다. 대법원은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수사권 개입이 초래된다면 필연적으로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검찰과 법원의 결정으로 선거 결과를 바꾸는 경우는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 선거를 통해 형성된 국민 의사에 따라 권력을 창출하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맞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도 김희수 변호사의 주장처럼 민주주의 원리를 확장한 의미가 있다. 거짓말 재판의 결과보다 주권자의 책임과 권한을 한층 높은 차원에 올려놓은 판결이라는 지적과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김희수 변호사의 ‘거짓말 재판’을 읽고 또 읽으면 그 안에 현명한 답이 녹아 있다. 

/<사람과언론> 제10호(2020년 가을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