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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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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세월을 만들고 세월은 추억을 만든다고 했던가?

 

수만 년, 수천 년 억겁의 시간이 흐른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세상과 인간들의 사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시간과 세월과 추억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박제해 놓은 공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인류의 문명은 지금으로부터 2만 년~1만 년 전 사이에 생겨나서 오늘날과 같은 인류로 그 문화적인 진화를 시작하였다는 것도, 그때 살고 있었던 인류가 바로 오늘날의 우리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였다는 사실도, 이들이 나타날 때까지 인류는 200만 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에 걸쳐 생태학적인 진화를 했다는 사실도 쉽게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선사시대부터 금세기 인간의 번득이는 삶의 모습들까지도 ‘시간의 길’을 여행하다보면 많은 궁금증이 풀린다.

 

충남 보령시 중심가에 위치한 ‘보령 문화의 전당’에 들어서면 '시간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오랜 세월과 추억들과의 조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령 문화의 전당’은 2013년에 개관한 복합 문화시설로 보령 박물관, 갯벌 생태과학관, 보령 문학관, 관광 홍보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개최되는 대강당과 소강당, 전시실이 볼만하다. 그 중에서도 보령 중심의 선사시대 이후 모습을 잘 꾸며놓은 박물관은 가장 흥미를 끈다.

 

문화의 전당 외부와 1층을 한 바퀴 돌고 2층 갯벌 생태과학관의 체험관을 거쳐 특별한 공간을 들어서면 ‘시간의 길’이 활짝 열린다.

 

시간은 흘러 흘러 세월을 만들고 세월은 추억이 된다?

 

<억겁의 세월이 박제된 공간> 

 

< 선사시대 사람들, 모두 힘이 셌을까 ?>

보령지역 최초의 지방사 박물관인 보령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시대에 이르기까지 보령의 향토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박물관이다.

 

각각의 시대마다 주거문화, 고분문화, 종교문화, 도자문화, 선비문화 등 주제가 있는 전시를 기획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보령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전시유물로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158호 '금강암 비편(碑片)'과 충청남도 시도민속문화재 32호 '호서 옥마산 김부대왕지기' 등 지정 문화재가 있으며, 전시된 대부분의 유물이 보령지역에서 출토된 국가 귀속 유물이다.

 

60년대 보령거리 재현 또한 박물관의 색다른 볼거리이다.

 

< 선사시대, 역시 사람이 아름다웠다 >

그 중에서도 삼한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온 역사적 발자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원전 20만 년 마침내 진정한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가 어디에선가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들도, 저기 앞의 선사시대 인간 삶의 모습도 오늘날의 인류와 다를 바 없는 머리와 얼굴 모양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삶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문명의 긴 터널 길을 걷다 보면 억겁의 추억과도 조우

 

< 문명 속으로 가는 터널 >

초기 인간은 왜 겨우 사냥이나 식물 채집 정도의 기술 밖에는 사용하지 못했을까?

 

제3의 빙하기가 끝나는 즈음 유럽과 아시아에서 혹한과 빙하로 악전고투하던 인간들은 그때서야 정상적인 목축과 농경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착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때의 인간들에게 이른바 '신석기혁명(농업혁명)'은 현재의 4차 산업혁명 못지않게 큰 의의를 지닌 변혁이었으리라.

 

당시의 인간들도 그 협동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기율 있는 것이었는가는 그들이 남긴 고인돌 등 거대한 건조물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역시 사람이 아름답다.

 

 

< 사람과 문명을 가득 실어다 주었던 철도역 >

'시간의 길'을 걷다 보면 금세 근현대의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고된 삶의 투쟁 속에서 찌든 심신과 영혼을 위로하고 달래기 위한 다양한 인간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문명사회. 먹고 자고 즐기는 삶의 공간 속에서 인간들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함몰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쌀가게, 이발소, 식당, 목욕탕, 철길 등 어설프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겹게 다가오는 풍경들.

 

그곳을 지나면 불쑥 ‘보령 머드축제(Boryeong Mud Festival)’란 팻말과 함께 얼룩덜룩한 인물들이 함께 어울려 찍은 사진들을 마주하게 된다.

 

드디어 시간은 현대에 접어들었음을 인지하게 한다.

 

 

< 추억의 철물점 >

 

< 골목길 담뱃가게 >

 

  

                 <동네 이발소>           

 

 

< 주모 !  여기 막걸리 한 잔 더 ...>

 

< 아저씨들만 우글거렸던 그때 그 선술집 주모는 누구였을까 ?>

 

  < 사람과 물건이 붐비던 시장골목 >

  

“역시 사람이 아름답다”

 

보령 머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대천해수욕장을 비롯한 지역 관광명소를 홍보하기 위해 1998년 7월에 처음으로 축제를 개최했다는 머드축제사진 속 면면을 보니 글로벌 축제답다.

 

< 역시 사람이 아름답다 >

청정 갯벌에서 진흙을 채취하여 생산된 머드 분말을 이용한 다양한 머드 체험행사가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대형 머드탕·머드 씨름대회·머드 슬라이딩·머드 교도소·인간 마네킹·캐릭터인형·갯벌 극기훈련 체험·갯벌 스키대회 등 이런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온통 머드로 제공하게 될 줄이야.

 

억겁의 과거 시간 속에서 살았던 인간들이 이런 변화된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과 말을 할지 궁금하다.

 

“미쳤군”,

“재밌군”,

“우리는 왜 저런 생각을 미처 못 했을까?”,

“역시 사람이 아름답다”

...

 

‘시간의 길’에서는 시간과 세월을 초월해 사람들의 추억과 대화를 만날 수 있다.

 

공통점은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다.

 

※위 글과 사진은 <사람과 언론> 제4호(2019년 봄호)에 게재된 '포토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