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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언론 소개/지난호 안내

<사람과 언론> 제4호(2019년 봄) 책속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 불의한 행위를 통칭하는 갑질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갑질현상’으로 어느 조직에서나 똬리를 틀고 있는 양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갑질현상은 더욱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있다. 설상가상이다. 이러한 갑질현상은 단지 윤리적인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의 제왕적 지배문화로 정착되고 또 확대되고 있다.

 

갑질현상의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실제로 어떤 현상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계급 불평등의 실상과 그 대안은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숱한 문제제기만 있어 왔을 뿐, 실질적인 개선은 미미한 채 그저 바라만 보는 현상이 되어온 갑질은 지역사회는 물론 전 사회적인 적폐현상으로 무섭게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의한 ‘갑질현상’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과 실체적 대응방안이 방관자적인 무관심에 묻힌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촛불시민혁명으로 일군 정권교체 이후 우리는 많은 변화 속에 2년을 하루가 다르게 살아왔지만 아쉽게도 촛불의 가장 큰 화두였던 적폐청산이 각 분야에서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사람과 언론> 봄호(통권 4호)는 ‘제왕적 지배문화와 갑질현상’을 특집 주제로 정하고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며 지배문화로 자리해 온 갑질현상의 실체와 이로 인한 부작용, 개선방향을 짚어보았다. 아울러 ‘촛불정부 3년차, 성찰과 남은 과제’란 특별 기획을 통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을 맞는 한국사회는 왜 여전히 소요하기 그지없는지, 적폐청산을 위해 숨 가쁘게 펼쳐온 개혁정책의 결과는 무엇인지, 밝고 투명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대안을 담았다.

 

한편 이번 봄호의 특별기획 ‘촛불정부 3년차, 성찰과 남은 과제들’에 관해서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늘 빠지지 않고 사회를 보며 촛불문화제로 승화시켜준 장본인이자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시민위원장을 역임했던 안진걸 전 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지금은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시민사회단체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우리 사회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를 넘어 이제는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호에서는 특별한 화제인물을 소개했다. 100년 전북지역 언론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펴낸 <전북언론사> 저자인 최동성 언론학 박사와 나눈 인터뷰는 ‘지역 언론은 죽지 않고 만들어 진다’는 새로운 명제를 던져주었다. 이밖에 이번호에서 새롭게 선보이게 될 ‘기억 속으로 여행’을 통해 신혜경 전주정신의 숲 추진단 팀장이 수십 년, 수백 년 지난 사진과 기록물들을 정리해 주었다. 이슈 분석에서는 두 가지 쟁점을 소개했다. 첫째 ‘기자들은 누구에게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하는가?’란 쟁점 논의에선 국내 언론사 기자들의 소송 사례와 명예훼손에 관한 외국의 처벌 및 규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둘째 ‘페미니즘 관련 보도, 미디어는 과연 공정한가?’란 쟁점에선 여러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통해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갑질’을 주제로 한 논문 큐레이션과 돋보인 기사들을 모은 ‘뉴스 큐레이션’, 급변하는 ‘언론 풍향계’, ‘나 홀로 사물놀이’ 전문가가 ‘짚풀 공예가’로 변신한 ‘별난 사람’ 이야기, 학교와 관련된 지명 이야기, 교육과 입시에 관한 전문가 조언들도 빠지지 않고 소개했다. 다음은 책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촛불의 절실한 기대와 요구인 적폐청산의 과제를 안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이 실로 황금 같은 임기를 ‘방해공작’이라는 핑계로 허송한다면 ‘정치 부재’의 시간은 다시 ‘진행형’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위안부 협정 처리 등 과거사 바로세우기가 여전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현재 진행형’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도, 사법농단 세력의 골 깊은 뿌리가 사법개혁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도, 갑질현상이 사회 도처에 만연해 있는 것도, 무도하고 불의한 과거·적폐청산이 왜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훌륭한 가치와 좋은 취지의 제도도 금세 본말이 전도되고 마는 사회에선 어두운 과거청산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기회주의와 이중성의 적폐세력들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불의한 적폐, 무도한 과거청산은 반드시 건너야 할 ‘민주의 강’과 같은 것이다. 주저하거나 두려워한다면 정의와 진실이 왜곡된 시간 속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그리 멀지 않은 역사가 일러준 교훈이다.

-권두언 중에서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2017년 11월 1일 이후로 지금까지 약 7,000여 개의 이메일 상담이 접수됐다.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오픈 채팅방 상담은 건수를 집계할 수 없지만,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 동안 쉼 없이 상담을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직장갑질119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오픈 채팅방과 이메일로 상담한 갑질들을 14개로 유형화한 후, 통계작업을 해봤다.

 

분석결과, 임금과 잡무지시, 직장 내 괴롭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임금이야 근로기준법으로 규율할 수 있지만, 잡무지시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없다. 그나마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실효성 측면의 한계가 남아 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상임 노무사 인터뷰 중에서

 

사실 대학은 다른 교육 기관이나 단체와는 달리,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구성된 집단이라는 점에서 갑질현상 역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대표적으로 매스컴에서도 많이 보도된 인분 교수처럼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관계에서 갑질현상이 만연해 있다.

 

대학 학부생들은 교수들과 수업에서 일시적으로 만나는 반면,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의 논문과 진로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교수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접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도교수들은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지위와 권한을 악용하여 대학원생들에게 여러 가지 부당한 일을 시키거나, 명령하며, 그런 지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경우에는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교직원과 학생들 간에 벌어지는 갑질도 있다. 교직원들은 대학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교수와 학생들을 도와주고,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일부 교직원들은 자신들의 그런 기능과 역할을 망각하고, 학생들에게 권위적으로 군림하거나,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다. 내가 아는 지인의 경험에 의하면, 반말하는 교직원에게 대응하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같이 반말로 응대했다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학 당국의 강사에 대한 갑질이 있다. 대학 당국은 지금까지 강사를 결코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 오지 않았다. 이는 대학 당국이 강사들을 시키면 시키는 대로 부릴 수 있는 노예처럼 간주했다는 사실을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강의를 해 온 것이 거의 20년이 넘었는데, 불과 10년 전만 해도 강사들은 계약서조차 없이 채용되었다.

-임건태 대학강사 인터뷰 중에서

 

언론이 노사관계를 언제나 자본편향으로 보도해오면서 자본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왔다. 언론의 책임은 비단 저널리즘에 머물지 않는다. ‘드라마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텔레비전 황금시간대는 모두 연속극이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 드라마가 대기업 회장과 돈 많은 사람들을 미화하거나 선망케 한다. 하지만 호감을 주는 탤런트가 연기하는 재벌 2세나 3세들의 언행은 현실과는 큰 거리가 있다.

 

우리 헌법은 자본의 갑질에 대항할 단체를 명문화해놓고 있다. 노동조합이다. 실제로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강요하고 임금체불에 초과근로를 강제해온 한림성심병원의 갑질에 맞서 간호사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문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이 틈만 나면 노동조합을 마녀 사냥하는데 있다. 바로 그래서 민주노총을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가는데 앞장선 <조선일보> 자본의 실체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은 상징적이다.

 

방상훈 회장의 아들인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의 어린 딸이 50대 후반인 운전기사에게 반말은 물론 폭언과 욕설, 해고 협박을 했다. 음성파일에 나타난 초등 3학년의 말은 섬뜩하다.

-손석춘 교수 칼럼 중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촛불시민혁명 이후 전개되고 있는 좋은 정책들, 꼭 필요한 개혁 조치들을 거부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 없이는, 좋은 세상, 좋은 사회는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구 기득권·적폐세력을 딛고 진행될 수밖에 없는 개혁과 진보의 길은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험난하기만 할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진보·개혁적 세력들이 다같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힘과 지혜를 모두 모아나가야 할 때이다. 한편으론, 더 좋은 정책 및 더 많은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한편으로는 사사건건 좋은 정책 및 개혁 조치들을 방해만 하고 있는 세력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결국, 모든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위해 봉사’하고, 늘 국민 아래 겸허하게 위치하면서 국민들의 생존권·생명권·안전할 권리만큼은 제대로 보장하는, 일상적으로 노동이 존중 받고 노동자·저소득층·서민·중소상공인·농민·청년 등 모든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평범한 주권자들이 대접받는 참된 민주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을 진정한 의미의 민주 공화국·민생 공화국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특별기고 중에서

 

한국언론이 동학농민혁명에서 발단된 갑오개혁 등 일련의 사건으로부터 본격적인 근대언론의 시대를 맞게 됐다는 주장을 알고서는, 우리 전북에서 움트고 저항과 선비의 정신을 남겨준 농민혁명의 활동과 그 과정에서 활용된 매체를 결코 소홀히 넘겨버릴 수 없었다. 전북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의 주체 세력들은 전국의 교세를 관리하기 위해 내부 통지사항 등을 바로 이러한 통문에 실어 알렸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1893년12월 고부 민중이 시위를 주도하던 시기에 등장한 ‘사발통문’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를테면 주모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사발을 엎어놓고 여백에 원형으로 관련자의 성명을 작성한 것 말이다. 이 사발통문은 괘서나 참요, 이러한 다른 매체형식과 함께 동학농민혁명에서 활용되었다.

-화제 인터뷰(최동성 박사) 중에서

 

너도나도 노인이 된다는 것을 잊고 있다. 이래서는 ‘어르신’이란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넘어 아예 설자리가 없다. 사회 전체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어르신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해답이 있다. 무엇보다 어르신다운 어르신이 되려면 월남 이상재 선생 말씀을 해법으로 삼아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청년이 되어야지, 젊은이들에게 노인이 되라고 할 수는 없잖나? 내가 청년이 되어야 청년이 (더) 청년 노릇을 하는 것일세.” 마지막으로 톨스토이의 언명을 새겨둔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이강록 칼럼 중에서

 

■ <사람과 언론> 2019년 봄호(통권 4호) 목차

권두언

촛불 이후의 민주주의, 어디로 가는가?

특별 기획

제왕적 지배문화와 갑질현상(특별 인터뷰)

– 최혜인(직장갑질119 상임노무사). 임건태(대학강사)

특별 기고

‘자본의 갑질, 갑질의 언론’

– 손석춘(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특집(진단과 전망)

촛불정부 3년차, 성찰과 과제

“촛불정부, 이제는 민생경제 살리기에 총력 

기울여야”- 안진걸(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시평

‘어머니와 자연의 눈물겨운 친화 혹은 한 몸 되기’

– 양병호

칼럼

‘어르신과 원로, 뒷방 늙은이’ - 이강록

‘독자들 떠나도 떵떵거리는 신문들, 자신감은 어디서?’ 

- 박주현

기억 속으로 여행

기억 속으로 여행 – 신혜경

화제 이사람

“지역 언론은 죽지 않고 만들어 진다”

- 100년 <전북언론사> 펴낸 최동성(언론학 박사)

지명 이야기

별난 학교 이름과 지명의 상생 관계 - 조성욱

길에서 역사를

만나다

경남 함양 화림동 선비길 - 신정일

이슈 분석

기자들은 누구에게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하는가? 

- 박주현

페미니즘 관련 보도, 미디어는 과연 공정한가? 

- 이지영

인물 탐구

인물 탐구(단재 신채호) - 이강록

별난 사람

나홀로 사물놀이 주인공, 짚풀 공예 전문가로 

변신(유춘수 옹) - 서치식

포토 에세이

‘시간의 길’ - 김미선

서평

서평(민중이 예수이고 메시아다/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사랑했을까?) - 김현

뉴스 큐레이션

뉴스 큐레이션(장자연 문건의 ‘조선일보 방 사장’은 

누구인가? 외)

언론 풍향계

언론 풍향계(손석희 JTBC 사장, 폭행 혐의로 

경찰조사?...큰 파장 외)

논문 큐레이션

논문 큐레이션 -‘갑질’주제 논문(5편)

긴급 제언

(교육/입시)

교육과정 중심의 대학입시를 위한 제언

(대학입시, 공교육 관점에서 출발해야) - 김덕년

전문가가 조언하는 2020학년도 대입준비 요령 

– 최승우

영화 속으로

김명주의 영화 속으로

- 그들의 발자국 위에 서서[말모이]

- JUST DO IT[보헤미안 랩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