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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인터뷰

‘사람과 세상 사이’ 주인공 ‘오주르디’

세상을 움직이는 1인 미디어의 힘 

사람과 세상을 건강하게 이어주는 창, 육근성 씨

 


오늘이 잘못되면 더 힘든 내일을 살아야

 

적폐는 깊고 은밀하고 견고한 정경유착, 언론 역할 지대

 

적폐는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서 움직인다

 

지금도 적폐는 생성되고 있다

 

새로운 적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늘 감시하고 제거해야


세상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 건강해야 합니다.”

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이 잘 돼야 한다는 소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그의 필명은 오주르디. 오주르디(Ajourd’hui)는 프랑스어로 오늘이라는 뜻이다. ‘오늘이 잘못되면 더 힘든 내일을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좋아해서 필명을 오주르디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의 실제 이름은 육근성 .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용국립대학에서 정치학을 수학한 유럽 유학파이기도 한 그는 2012년 대선 무렵 도전하는 안철수 지키려는 박근혜(휴버트 출판)’란 책을 펴냈으며, 주로 정치와 시사문제를 다루는 그의 글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가 쓴 글은 포털 <다음>과 인터넷 언론인 <서프라이즈>, <직썰>, <서울의 소리>, <오마이뉴스>, <진실의 길>, <고발뉴스> 등에 게재될 정도로 파급력이 막강하다. 일부 글은 일간지 <한겨례> 등에도 기사로 인용되기도 한다. 주로 진보진영 매체에서 활동하는 그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활용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엔 보수정권의 반민주적이고 비인권적인 행태, 사회 부조리,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내용을 많이 썼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적폐청산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고 있는 그는 적폐는 깊고 은밀하고 견고한 정경유착. 언론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권과 재벌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정권의 부패와 재벌의 비리 양쪽을 매개하는 중매쟁이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하는 오주르디는 주요 언론사의 뒤에는 재벌이 있다“‘건강한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정의롭고 정직한 매체에 더 많은 글을 발표하고 싶다. 그런 매체와는 설렘으로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분들과의 연대는 기쁘고 신명나는 일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오주르디의 주인공 육근성 씨를 만나 은밀한 그만의 세상을 함께 들여다 보았다.

 


1. 왜 실명으로 글을 쓰지 않고 필명으로 글쓰기를 고집하는지?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할 무렵(2010년 봄), 대부분의 블로거가 닉네임(필명)을 사용했다. 실명을 공개하는 것이 더 어색했던 시절이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이 닉네임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닉네임 글에 댓글과 의견을 남기기가 훨씬 부담이 적은 건 사실이다. 활발한 소통을 하려면 실명보다 닉네임이 당연히 낫다.

 

하지만 내 글이 실리는 몇 군데 매체에는 실명으로 글이 게재된다. 해당 매체가 실명 기고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터넷 공간에서 내 이름은 여전히 오주르디. 간혹 블로거들끼리 오프 모임을 할 때가 있다. 이 자리에서도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른다.

 

뭐랄까. 자아(自我)의 분리현상이라고 할까.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 중 하나다. 실명의 와 닉네임 속의 ’. 이 둘이 다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악플이 그중 하나이다. 닉네임으로 쓰는 것이 갖는 장점도 있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실명 글보다 더 신중하고 정확한 닉네임 글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2. 글쓰기는 언제부터 시작됐으며 주된 동기는 무엇인지?

 

오주르디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에 정치와 시사 관련 글을 올리기 시작한 때가 2010년 봄이다. 어떤 각오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라는 질문에 답을 하려면 내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 해야 한다.

 

사업 실패로 두문불출할 때였다. 2년 이상 세상과 단절하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이런 자문을 던져보았다. ‘삶이 흔적(痕迹)이라면 나의 흔적은 어떤 것일까?’ 그리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흔적이 없는 이들이 많았다.

 

존재는 하는데 흔적이 없는 사람들. 왜 그럴까. 그들과 세상과의 통로가 막혀있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소외자, 경제적 소외자, 사회적 소외자, 문화적 소외자 등등. 그중에서도 정치적 소외자에게 관심이 갔다.

 

한 사람의 삶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 여러 영역이 공존한다. 이 영역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조화가 깨진 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경제 영역이 주저앉아 삶의 부조화에 시달리던 때였으니까.

 

주변을 보니 특히 정치 영역이 텅 빈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스스로 난 정치에 관심 없어라고 말할 정도다. 정치도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정치를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삶의 조화를 깬 이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블로그에 정치 글을 올리며 생각했다.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공간이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삶도 건강할 수 있다.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한 올 실이라도 돼보자. 저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진 이유는 정치판의 구태와 적폐 때문이다. 정치가 싫은 게 아니라 정치판에서 나는 썩은 내에 염증을 느낀 거다. 구태정치를 청산하는 데 터럭만큼이라도 힘을 보탤 길이 있을까. 이것이 정치와 시사 관련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또 글쓰기는 개인적으로 단절을 깨고 다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돼주었다.

 

3. 최근에는 주로 어떤 주제의 글쓰기를 하는지, 그리고 어느 매체와 연계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2015년까지는 주 5회 정도 글을 썼다. 2016년 이후 글이 한동안 중단되거나 게재 횟수가 대폭 줄었다. 시간적인 제약이 많아서였다. 집안에 우환이 생겨 간병과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다. 최근에야 상황이 좀 나아져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쓴 글은 포털(다음)과 몇몇 인터넷 언론(서프라이즈, 직썰, 서울의 소리, 오마이뉴스, 진실의 길, 고발뉴스 등등)에 주로 게재된다. 일부 글은 일간지(한겨례 등)의 기사에 인용되기도 한다. 주로 진보진영 매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도 링크를 걸어놓는다.

 

정치와 시사분야 글이 대부분이다. MB-박근혜 정권 때엔 보수정권의 반민주적이고 비인권적인 행태, 사회 부조리,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내용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적폐 청산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고 있다. 현장 취재가 어려운 관계로 주로 자료를 검색하고 분석해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식이거나, 비평 형태를 띤 기사가 대부분이다.

 

4. 글은 주로 언제 어디서 쓰는지,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전업 블로거가 아니다. 그래서 글 쓸 시간을 내는 게 수월하지는 않다. 글 쓰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시간이 날 때 쓰는 식이다. 한때는 휴일 빼고 매일 1편씩 쓴 적도 있다. 2년 반 전 아내의 암치료가 시작되면서 글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생계 문제도 있고.... 암튼 다른 일과 글 쓰는 것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5. 유럽에서 공부를 했고, 국내에서 사업도 하고 다양한 경력을 지녔는데 지금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다가 잠깐 틈을 내 개인적인 일을 처리한다. 아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내가 집안 살림을 맡아 하는 꼴이 됐다. 가사 노동, 이거 엄청 힘들다.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패턴의 일이 반복되는 까닭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간혹 못 해먹겠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아내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곧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런다. 건강한 아내를 둔 남편, 큰 복 받은 줄 알아야 한다.

 

6. 오주르디란 필명에 얽힌 사연이 궁금하다.

 

오주르디(Ajourd’hui)는 프랑스어로 오늘이라는 뜻이다. ‘오늘이 잘못되면 더 힘든 내일을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닉네임을 오주르디로 결정한 것이다.

 

7. 주로 정치·시사 분야의 글을 많이 쓰고 있는데, 어느 때 가장 보람을 느꼈으며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가 있었다면 언제인가?

 

내 글에 의해 흑색 여론의 확산이 주춤하거나, 잘못된 보도행태에 다소간 제동이 걸렸을 때 보람을 느낀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를 박원순 서울시장의 잘못으로 몰아가던 분위기가 확산될 즈음, 글 하나를 올렸다. 온라인에서 큰 반향이 있었다. 스크린도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건 MB와 그의 측근들이라는 사실을 몇 가지 자료를 토대로 밝혀낸 글이다. 그 후 박 시장을 향한 공격이 다소 무뎌졌다.

 

크게 화가 날 때도 있었고, 한계에 부딪혀 한숨지은 적도 있었다. 보수 정권 동안 내 글이 강제로 삭제되거나 블라인드 처리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보수단체의 요청에 의해 포털이 직권으로 글을 내린 일을 열 서너 차례나 겪었다. 고소고발 협박도 여러 차례 있었다. 정말 화가 났다. 지난 18대 대선(2012) 몇 달 전에 올렸던 한국문화재단과 박근혜 후보와의 관계를 파헤친 글도 생각난다. 일종의 특종이었는데, 후속 취재를 못 해 아쉬웠다. 현장 취재가 어려운 블로거의 한계를 처절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8. 적폐 청산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특히 언론과 재벌) 간의 골 깊은 유착 등으로 청산작업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대안이 있으면?

 

깊고 은밀하고 견고한 정경유착. 언론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봐야 한다. 정권과 재벌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정권의 부패와 재벌의 비리 양쪽을 매개하는 중매쟁이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주요 언론사의 뒤에는 재벌이 있다. 그래서 재벌이 여론을 주도하고, 여론을 통해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기 일쑤다.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도 재벌 앞에서 당당할 수 없다. 여차하면 광고가 끊기든가 감당하기 힘든 소송이 들어오니까.

 

유착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영세한 매체들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적할 힘이 없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대안 언론이 존재한다고 하나 열악한 형편이고, 국민의 호응과 지지도 미약한 상태이다. 권언(勸言) 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잘라낼 현실적인 방법이 있을까? 없다고 말해야겠지만, 그런데 희망은 있다. 1년 반 전 전국을 뒤덮은 촛불이 그것이다.

 

촛불이 향한 곳은 정치권이었다.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전국을 밝혔던 그때 그 촛불만이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 스스로 잘 안다. 믿을 만한 언론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정직하게 시민의 편에 서 있는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결같이 시민을 바라보는 언론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던 무수한 촛불을 담아내는 언론, 불가능할까? ‘촛불혁명도 그 시작은 한두 개 작은 불꽃이었다.

 

9. 적폐청산을 위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며, 이에 국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적폐는 무생물이 아니다. 살아서 움직인다. 지금도 적폐는 생성되고 있다. 적폐는 과거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현재이고 미래일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의지와 새로운 적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들의 적폐를 상당 부분 청산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문재인 정부 안에서 또 다른 적폐가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권력이든 부패와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묵은 때가 제거된 공간에 다시 때가 끼지 않게 하려면 매일 청소하는 수밖에 없다. 그 청소 역할을 할 수 있는 촛불언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까?

 

10. 앞으로 언론매체로 영역을 확장한다거나 다른 1인 미디어들과 연대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정의롭고 정직한 매체에 더 많은 글을 발표하고 싶다. 그런 매체와는 설렘으로 손을 잡을 것이다. 지금도 몇 명의 1인 미디어와 관계를 맺고 있다. 연대라기보다는 잦은 교류수준이다.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분들과의 연대는 기쁘고 신명나는 일이다.         

/<사람과 언론> 창간호(2018년 여름) 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