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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인터뷰

<전라도닷컴>지기 황풍년 대표

그가 추구하는 촌스러움의 미학’은?

 

황풍년 전라도닷컴 대표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대표 맡아 지역출판 진흥 혼신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위해 병원서 급히 퇴원

 

곳곳에 만연된 적폐는 매일 매일 쓸어도 부족하지 않아

 

언론부터 건강하게 변해야 적폐 청산도 가능

 

 

19991231. 눈발이 흩날리는 한 해 마지막 날 잘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구석방에 틀어 앉아 전라도정신의 본질을 탐색하기 시작한 그는 전라도의 사람, 자연, 문화를 담은 <전라도닷컴>을 창간한다


전라도의 맛과 멋이 고스란히 녹아든 잡지의 주인공 황풍년 대표. 200010월 웹진 <전라도닷컴>을 창간을 시작으로, 20023월 월간지 <전라도닷컴>을 창간, 전국 각지의 뜻있는 이들의 후원을 토대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MBC 희망대상' 교육·문화부문 대상, 한국잡지협회 우수 콘텐츠 잡지 선정,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콘텐츠 잡지 선정에 이어 최근에는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대표까지 맡으면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는 구수한 전라도 사람임을 늘 자부한다. 그는 적폐는 늘 쓸어도 부족함이 없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변화가 곧 적폐청산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특히 언론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촌스러움의 미학을 강조하며,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를 매년 주최하고 있는 그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지 이틀 만에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1.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치료를 하였다고 들었는데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 혼자 잡지 만드느라 너무 과로한 것은 아닌지?

 

당뇨로 인해 충북 충주에 있는 모 대학병원에까지 가서 인슐린펌프인 인공 췌장기를 달았다. 책도 만들어야겠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전라도 말 자랑대회행사도 곧 치러야 하겠기에 보름 만에 퇴원하고 현재는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며 업무도 조금씩 보고 있다.

 

2. <전라도>란 지명을 제호에 넣었는지 궁금하다.

 

전라도란 말 자체가 마치 갈등과 반목을 상징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잘못 인식돼 왔다. 이를 바로 잡고 싶었다. 전라도를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며 이해를 돕게 하기 위해 명칭을 고수하게 됐다. 창간 무렵에는 전라도뿐만 아니라 경상도닷컴, 충청도닷컴 등 전국 각 지역의 명칭을 사용한 제호와 도메인을 등록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3. <전라도닷컴>은 언제부터 시작됐으며 주요 콘텐츠는 무엇인지?


 

2000년 웹진으로 창간했으나 웹진의 구독 세대는 10대에서 30대까지 한정돼 있다는 점을 착안해 20023월부터 월간지로 전환했으며 현재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있다. 주요 콘텐츠는 전라도의 삶을 한 토막 꾸밈없이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4.‘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는 언제부터 누구를 대상으로 진행해 오고 있으며 사연도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소개해 달라.

 

올해가 8회째인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는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예심을 거쳐 10명 가량 선발한 본선을 치르고 있다. 매년 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서 대회를 실시하는데 초기에는 주변에서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변방의 개념이 묻어서 자칫 오해와 갈등을 부추길 것 같다는 생각에서 초지일관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로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5.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대표까지 맡으면서 지역출판 진흥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데 어떤 일들을 주로 하는지 궁금하다.

 

갈수록 문화산업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장르를 불문하고 지역의 문화 콘텐츠는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르 가운데 지역 출판과 문화잡지들은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보루와 같다.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전통을 보존, 계승하며 새로운 문화 창조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역출판은 당대의 기록, 후대에 전할 역사의 완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출판은 존폐의 기로에 놓일 만큼 사정이 녹록치 않다.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역문화를 창출한다는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에는 열악한 실정이다.


이러한 때에 전국 각지의 책을 한자리에 전시하고, 책과 독자의 만남의 장을 마련한 것이 바로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이하 한지연)이다. 지난해 525일부터 29일까지 제주 한라도서관과 제주도내 카페 등지에서 ‘2017제주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했고 올해는 아마 수원에서 지역도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국전국 규모 지역도서전을 열 계획이다.

 

6.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잡지의 수익구조가 궁금하다.

 

구독료 수입이 6070%이고 나머지는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편이다. 그런데 구독자 수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 흐름이 책을 읽지 않은 분위기임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초창기 5천부가 넘던 유료 독자 수가 지금은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그래서 올해는 전라도닷컴 10,000인 독자위원회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후원은 단발성이어서 고정적 수익구조로 잡기는 힘들다.

 

7. <전라도닷컴>을 운영하느라 가정에는 소홀할 것 같은데 가족 소개와 자랑을 부탁한다.

 

가족에게 늘 미안한 생각이다. 가장으로써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하다. 아내와 두 딸 중 막내가 잡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오탈자라든지 문제가 생기면 곧잘 지적해 주곤 한다. 내겐 소중한 가족들이지만 항상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하고 잡지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가족들이 이해해 주니 고마울 뿐이다.

 

8. 강의도 하고 잡지 외에 많은 책도 출판을 하면서 촌스러움을 유난히 강조하는 데 촌스러움이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근에 낸 책으로는풍년 식탐에 이어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이 있는데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후자의 책은 3쇄에 들어간 걸로 안다. 촌스럽다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촌스럽다는 것은 호들갑스럽지 않고 웅숭깊다는 것, 촌스럽다는 것은 천진난만하다는 것, 촌스럽다는 것은 자존심이 세다는 것을 말한다.

 

9. 적폐청산이 진행이 되고 있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특히 언론과 재벌) 간의 골 깊은 유착 등으로 청산작업이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우리 사회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온갖 쓰레기 같은 적폐는 매일 청소해도 부족함이 없다. 끊임없이 쓸어주어야 한다. 건강한 언론들과 깨어 잇는 시민들이 함께 하며 끊임없이 적폐청산에 주력하지 않으면 달발성에 그치기 쉽다. 하루 아침에 청산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10. 적폐청산을 위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며 이에 국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기성언론, 주류언론의 책임도 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기성 언론들을 질책하고 비판하지만 또 한편으론 구독하고 광고해주고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썩었다고 비판하지만 지금도 수십 년 전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모순덩어리를 계속 쓸어줘야 한다.


11. 앞으로 계획은?

 

잡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외에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일에도 최선을 다하련다. 깨어 있는 시민들과 지식인들, 건강한 언론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사람과 언론> 창간호(2018년 여름) 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