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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인터뷰

제주에서 매일 글 쓰며 8년째, 1인 미디어의 삶

세상을 움직이는 1인 미디어의 힘

아이엠피터운영자 임병도 씨

 


아내와 아들·딸 네 가족의 행복한 삶


지난 4월 아이엠피터TV’ 사업자등록

 

우리 주변에 찌든 관습이 바로 적폐

 

언론사의 출입처 시스템, 1인 미디어가 절대 진입하지 못하는 장벽

  

청와대 출입기자 관행과 규범 바꿔달라고 민원신청, 아직도 답변 없어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에 가기만 하면 명문대 졸업장을 따서 한국으로 금의환향 할 줄 알았다며 1990년대 후반 유학길에 오른 임병도씨.


라스트 네임 IM(수풀 이 아닌 맡길 )이었지만, 결국 대부분의 아이디가 impeter가 되면서 아이엠피터로 부르게 됐고 오늘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1997년 미주 한인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온라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아이엠피터는 2002년 귀국한 뒤에는 일본을 오가며 미국과 일본 관련 블로그를 운영했으며, 2008년부터는 한국의 정치,시사 분야를 중심으로 글을 썼다. 2010년 전업블로거로 살기 위해 제주도로 이주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정치,시사 분야의 대표적인 1인 미디어로 활동하고 있는 제3회 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 대상 수상에 이어 2012년 다음뷰 블로거 대상 수상, 2010, 2011, 2012, 2013, 2014년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 PC사랑 선정 2010 베스트 블로그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1인 미디어의 대가이다.


펴낸 책도 많다. <아이엠피터의 놈놈놈(책으로 여는 세상)>, ,곽노현 버리기 공저(책보세)>, <한국의 보수주의는 왜 이렇게 천박한가(티엔엠미디어)> 등이 있으며 서울시 팟캐스트’, ‘국민TV ‘The 아이엠피터’‘,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 등에도 출현하는 전천후 1인 미디어가인 그가 꿈꾸는 세상을 잠시 들여다보았다지금은 아이엠피터TV’ 개국에 열중인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아이엠피터 인터뷰 질의/답변> 

 

1. 왜 실명으로 글을 쓰지 않고 필명으로 글쓰기를 고집하는지?

 

시민기자나 1인 미디어보다 블로거로 더 오래 활동을 했다. 블로거들은 대부분 블로그 이름으로 활동한다. 아이엠피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엠피터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됐다.

온라인에서 글이 검색되거나 공유되는 1인 미디어의 특성상 한 번 필명을 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아이엠피터라는 브랜드가 독자들에게 인식됐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괜찮은 이름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15년 넘게 사용했기에 이제는 바꾸면 더 어색할 것 같다.

 

2. 글쓰기는 언제부터 시작됐으며 주된 동기는 무엇인지?

 

2000년 초반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하다 보니 한국인들이 알아 두면 좋은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한인 게시판에 사업자 등록 신청 방법, 유학생이 주식 거래하는 방법 등의 간단한 글을 올렸다. 이후에 미주 한인신문에서 칼럼난을 만들어줘서 고정으로 글을 연재했다. 이때부터 온라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셈이다.


2002년 우연찮게 LA에 갔다가 고소, 고발로 얼룩진 한인회장 선거를 목격했다. 불합리한 한인회의 모습을 고발하려고 보니 미주 한인신문에는 게재하기가 껄끄러웠다. 찾다 보니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 제도가 있었다. 시민기자로 등록해 기사로 송고했고, 언론 매체의 힘을 경험하기도 했다.

글쓰기의 시작이나 동기를 돌이켜보면 내가 가진 정보나 소식을 알리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어쩌면 요새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3. 최근에는 주로 어떤 주제의 글쓰기를 하는지, 그리고 어느 매체와 연계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거의 10년 전부터 정치 관련 글이 90%를 넘게 차지했다. 그래서 항상 내세우는 것도 정치 블로거였다. 그러다 지난 대선이 끝나면서 언론 관련 글을 주로 쓰고 있다.


언론 분야 중에서도 언론의 오보와 왜곡 등을 많이 다룬다. 주로 기자들이 팩트 체크나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작성한 기사를 검증하거나 비판한다.


예를 들어 JTBC 뉴스룸이 단독이라며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기획부동산 의혹 보도가노룩 취재였음을 밝혔다. 또한,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이한국 언론은 제 기사를 공정하게 번역해 달라는 트윗을 통해 언론의 오역을 다루기도 했다.


‘The 아이엠피터라는 정치미디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여러 매체에 글을 중복 게재한다. 가장 오래된 매체는 오마이뉴스이다. 예전에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아웃링크 형식이었는데, 지금은 직접 기고한다.


오마이뉴스의 정식 기사로 채택되면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도 기사가 게재된다. 정치블로거가 진입할 수 없는 포털에 우회적으로 글을 보내는 방식이다. 다만, 실명으로 기사가 게재되는 언론사 특성상 일부 독자들은 기사를 읽고 오마이뉴스 소속 기자로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뉴미디어로는 직썰에 글을 올린다. 아이엠피터의 주 독자층이 40대 이상이라 20대가 주 타깃인 직썰은 독자층을 넓히는 계기도 된다. 특히 카카오 플러스 등 내가 운영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글이 확산되는 효과도 있다.


이외에도 여러 매체가 있지만, 대부분 무상으로 글을 퍼가고 있다. 원래는 정식으로 원고료를 받아야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더 많이 글을 읽고 공유할 수 있도록 반 허락하고 있다.

 

4. 제주도에 살면서 글을 거의 매일 쓰는데 생활이 힘들지 않은지,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3시쯤 일어나 조간신문을 PDF로 읽거나 온라인 기사 등을 보면서 동향과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전날 작성해 놓은 초고와 비교하면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후 도표나 이미지 작업을 하면서 그날 발행할 글을 완성한다.


7시에 글을 송고하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공유하면 대략 10시쯤 된다. 이때부터 아침을 먹고 낮잠을 자거나 쉰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까지 자료를 찾거나 다음날 쓸 글의 아이템을 선정한다. 저녁을 먹고 10시까지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이후에 초고를 쓰고 잠자리에 든다.


요새는 일주일에 2~3일은 취재나 방송, 강연 때문에 육지에 가는 일이 자주 있다. 다른 곳에 가서도 매일 글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제주에 있을 때보다 더 힘이 든다. 간혹 미리 글을 써 놓고 올라가기도 한다.

 

5. 오래전부터 원고료에 의존해 주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했는데, 오랫동안 섬에서 생활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원고료는 한 달에 어느 정도나 되는지? 후원하는 사람들은 있는지?

 

오마이뉴스나 직썰에서 들어오는 원고료 수입은 70만원 선이다. 후원하시는 분들이 80~90명 정도인데, 후원금까지 합쳐야 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수입이 된다.


간혹 오랫동안 글을 썼는데 후원자가 100명이 넘지 않는다고 놀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정치를 주제로 글을 써서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그나마 꾸준히 후원하는 분들이 있어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라도 살아갈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글이라는 콘텐츠는 돈을 주고 구입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내 글이 비판적인 요소가 많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광고는 받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큰 빚은 없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 정도 수입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해본다.

 

6. 가족인 아내와 자녀들을 무척 사랑하는 가장으로 SNS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는데, 가족 소개와 자랑을 부탁한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중학교 1학년 아들, 아내가 있다. SNS에서 본명을 대놓고 말하기는 곤란해 에순양, 요돌군으로 부른다.


어릴 때는 에순이 사진을 자유롭게 올려 아이엠피터 홍보나 후원에 활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컸다고 카메라 앞에 서지도 않고, 마음대로 올리지도 못하게 한다. 대신에 아빠가 하는 일을 남에게 자랑할 정도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아빠를 믿어주는 에순이의 모습만 봐도 늘 사랑스럽다.


요돌군은 올해부터 시내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다. 잘 먹어서 그런지 아빠보다도 키가 크다. 정치블로거인 아빠의 영향인지 정치나 시사, 역사에 관심이 많다. 매일 뉴스를 보면서아빠, 왜 박근혜 대통령은 항소를 하지 않았어?’라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 4월이 되자 스스로 교복에 세월호 배지를 달고는 반 친구에게도 집에 있는 노란 배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항상 아빠가 데리고 다니고 싶은 든든한 아들이다.


8. 주로 어떤 분야의 글을 쓸 때, 그리고 어느 때 가장 보람을 느끼며,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가 있었다면 언제인지?

 

역사 과목 선생님으로부터아이엠피터님의 글을 가지고 현대사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저도 색다른 시선으로 가르칠 수 있어 좋았다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수많은 자료를 찾아 글을 쓴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내 글은 교과서보다는 참고서와 같은 형태이다. 복잡하고 공부할 게 많은 본문은 핵심만 뽑아서 정리하고, 쉽게 보기 힘든 참고 자료를 제시한다. 다른 곳에는 없는 자료나 정보가 있어 간혹 기자들도 어떻게 자료를 찾는지 물어본다. 국회의원들이 내가 만든 자료를 본회의장이나 국감에서 질의 시간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가장 힘들 때는 기자라고 말하는 순간 쉽게 해결될 일도 정치블로거라서 몇 시간 동안 전화통을 붙잡고 있어야 겨우 취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론을 듣기 위해 인터뷰 신청을 해도 매번 거절당한다. 왜냐하면 정식 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어도기자도 아니면서 왜 전화질이지라는 식으로 외면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9. 적폐청산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있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특히 언론과 재벌) 간의 골 깊은 유착 등으로 청산작업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대세이다.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에서 개혁돼야 할 분야로 검찰과 언론을 꼽았다. 재벌 권력은 검찰이나 법이 제대로 작동만 하면 어느 정도 적폐 청산이 가능한 분야이다. 재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배경은 법을 자신들 멋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벌 권력이 청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재벌이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어도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거나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검찰의 적폐 때문이다.


검찰을 취재하지 않는 이유는 결코 법원 출입기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출입처 시스템은 1인 미디어가 절대 진입하지 못하는 장벽으로 만들어 놨다. 이미 2월에 청와대 출입기자로 신청할 수 있게 관행과 규범을 바꿔달라고 민원 신청을 했지만, 아직도 답변이 없다.


언론과 재벌의 돈독한 관계는 언론의 카르텔을 깨면 해결될 수 있다. 언론 권력이 권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면 재벌도 언론과 손잡을 일이 없다. 하지만 언론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개혁이 추진된다면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게 된다.


참여정부에서 시도했던 언론개혁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다행히도 국민의 참여가 점점 늘어나면서 언론 권력도 조금씩 구멍이 생기고 있는 추세다.

 

10. 적폐청산을 위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며 이에 국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적폐를 적폐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관습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 정도 하면 됐잖아’, ‘왜 화합을 깨뜨리고 분열을 일으키나등의 화법은 친일파 청산 때, 6.29 선언 이후에도 나왔던 주장이다.


우리는 잘못된 일에 끈질기게 책임을 묻거나 관심을 가진 적이 별로 없다. 실제로 이런 특성을 권력자들은 이용한다. 언론을 통해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거나 왜곡 보도를 통해 핵심을 바꾸고, 범죄자들을 숨긴다.

국민이 언론이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언론이 적폐들을 취재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일도 필요하다.


국민에게 끊임없이 적폐를 상기시켜 주는 언론이 있다면 적폐 청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11. 다른 언론매체로 영역을 확장한다거나 1인 미디어들과 연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진척사항이 궁금하다.

 

지난 416아이엠피터TV’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냈다. 이미 1월부터 인터넷TV를 준비하려고 대안 언론 출신 PD들과 함께 만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튜디오나 장비, 사무실, 자금 등의 문제로 계속 곤란을 겪고 있다. 왜냐하면 언론 자체가 수익 모델이 없기에 투자 등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엠피터TV’가 추구하는 목표는 방송법 6조에 나와 있는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투자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목표 또한 시민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소수 의견이라 지금도 고민이 많다.


하지만 언론이 가야 할 방향이자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면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소수 의견을 방송으로 보여주는 아이엠피터TV’의 취지를 이해하고 지켜주는 시민들이 꼭 있다고 믿고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사람과 언론> 창간호(2018년 여름) 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