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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인터뷰

“아직도 계도지가 우글거리는 서울, 우린 단호히 거부한다”

[인터뷰]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

“서울에도 지역언론 존재, 25개 자치구 매년 100억원 계도지 예산 낭비”

                                                                    박은미 편집장

 

”서울 25개 자치구 별로 2억에서 6억 이상의 계도지를 집행하면서 100억원이 넘는 돈이 계도지 예산으로 낭비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이 제일 많은 예산을 받아 가고 있습니다. 2020년 이 시대에 행정에서 굳이 서울신문을 사서 통반장 등에게 나눠주는 일이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중심부인 서울에도 풀뿌리 지역신문들이 존재한다. 또 서울시 각 구청에서는 지금도 계도지가 존재한다. 이러한 틈새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구현하며 계도지 척결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신문이 존재한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은평시민신문이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을 만나 서울의 풀뿌리 저널리즘 실태와 계도지 폐해 등에 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다음은 지난 8월 초 박 편집장과 서면 및 전화 등으로 실시한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편집자 주

 

 은평시민신문에서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근무하게 됐으며 주로 하시는 역할과 일들은 무엇인지요?

 

2004년 북한산 자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은평으로 왔습니다. 와서 보니 은평시민신문이 막 창간되었더군요. 서울에서만 살았던지라 지역신문이라는 개념이 너무 낯설고 신기해서 자주 사이트에 들어가보면서 이런저런 동네소식을 들으면서 저도 신문하고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전격 결합은 못하고 시민기자, 편집위원 등으로 참여하다 2012년부터 전격 결합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편집장을 맡아 기사 전반에 관한 기획과 취재 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지역신문사이다보니 신문사에서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을 다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터넷 사이트 관리, 세금계산서 발행, 신문 발송, 광고영업 등 그야말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이지만 동네 주민들이 모여 창간한 순수 시민신문, 협동조합으로 운영”

 

신문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지요?

 

은평시민신문은 2004년 우리동네에도 좋은 신문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동네 주민 오십여명이 마음을 모아 인터넷신문으로 창간했습니다. 시민의 눈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지역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이 모아진 것입니다. 이후 2009년 종이신문 발행을 시작했고 2014년에는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전환하면서 제2창간을 선언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은평의 역사는 감히 은평시민신문 창간 이전과 이후로 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은평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시민의 눈으로 보고 기록하는 일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날이 권한이 커지고 있는 자치단체를 늘 모니터링하면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하고 있고 지역의 인권, 평화, 환경 등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역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자극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런 지역 신문입니다.

 

최근 계도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2012년부터 신문사 운영을 하면서도 계도지 문제가 심각한 줄 잘 몰랐습니다. 은평시민신문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2010년부터 계도지 예산을 받고 있었지만 사실 저는 이 구독예산이 어떤 근거인지 왜 필요한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이 계도지 예산규모가 매우 크고 예산집행 근거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계도지 예산을 통해 지역 언론의 환경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관언유착의 피해를 눈으로 보게 된 거죠. 관언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건강한 지역 언론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하루 24시간을 뛰어다니면 좋은 기사를 써도 빛을 받기 어렵고 지속가능한 지역 언론을 이끌어가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은평구가 이 계도지 예산이 서울에서 제일 많은 규모여서 이를 바로 잡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018년부터 계도지 예산을 거부하고 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계도지에 100억원 넘는 혈세가 낭비“

 

서울에도 많은 계도지가 있는데, 서울과 지역의 계도지 현황은 어떻습니까?

 

서울 25개 자치구 별로 2억에서 6억 이상의 계도지를 집행하면서 100억원이 넘는 돈이 계도지 예산으로 낭비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이 제일 많은 예산을 받아 가고 있습니다. 2020년 이 시대에 행정에서 굳이 서울신문을 사서 통반장 등에게 나눠주는 일이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계도지 취재를 하시면서 가장 피부로 느낀 점들은 무엇인지요?

 

대부분의 지역 언론들, 특히 주간언론사들의 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바른 언론의 길을 가겠다며 계도지를 거부하고 나선 지역 언론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관이 내미는 달콤한 당근을 거부하며 지역을 감시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지역 언론을 위한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자치단체장의 힘은 점점 커지는데 이를 견제할 수단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건강한 지역 언론을 지원해 이들이 민주주의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지역의 건강성은 건강한 지역언론이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만큼 지역언론의 역할을 중요합니다. 이번에 계도지 취재를 하면서 계도지를 거부하며 올바른 언론의 길을 가려는 지역 언론을 만나면서 이런 지역 언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출입처 위주의 취재보도 시스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지역언론은 따로 출입처를 두고 취재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자세히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취재 영역이 제한되는 폐해는 극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양한 시민들 목소리 대변하며 공론장 형성하는 언론 역할 매우 중요“

 

언론개혁을 위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며 이에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게 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자기생각을 알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기존 언론사들의 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언론보도라면 일단 믿고 보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그러면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하고 있는 시대라고 봅니다.

언론은 그 역할이 공적영역에서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론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언론이 특정한 정파나 개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기사를 쓰는 경우를 제외합니다.) 그만큼 책임도 따릅니다. 지금은 사회 전반이 내 의견과 같으면 좋은 언론이고 아니면 기레기 언론으로 치부해버리면서 언론 따위는 필요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권력을 어떻게 감시하고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요?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사회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또한 시민들은 언론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미디어리터러시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생각과 반대되는 주장을 일부러 찾아들으며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하나의 언론사가 항상 백점짜리 보도만 한다고 믿는, 그러다 의견이 안 맞으면 나쁜 언론으로 몰아붙이는 것부터, 그런 생각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사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위한 편향된 기사를 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떠신지요?

 

서울은 지역색이 강한 곳도 아니고 정주의식이 높은 곳도 아니어서 지역 언론활동을 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나날이 커지는 자치단체의 힘을 견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 언론의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습니다. 지역 언론이 건강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도록 계속 제안하고 활동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서울 은평구에서 훌륭한 지역신문을 만들어 지역을 발전시키고 시민들의 역량이 높아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사람과언론> 제10호(2020년 가을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