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언론> 창간호 편집의 특징은 강준만 교수의 무게 있는 칼럼과 이강록 편집고문의 ‘창간에 부쳐’란 제목의 창간사를 전면에 배치하고, 오랫동안 1인 미디어로 활동해 온 4명의 인터뷰를 비중 있게 다뤘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는 적폐 청산의 궤도를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달라진 건 크게 없다. 적폐 청산은 단순한 인적 청산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찌든 적폐가 씻겨나도록 제도와 문화, 인식과 가치 등 국가적 시스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만 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도 당신을 들여다본다.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한 말처럼 괴물(적폐)과 싸우는 동안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촛불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매우 사례 깊고 한편으론 매우 엄중하고 단호하게 청산해야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뼈저린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창간 권두언> 중에서
나는 20여년 전 [서울대의 나라]라는 책을 출간해 서울대 패권주의를 고발했지만, 지금 이 주제로 책을 쓰라면 정반대의 방향으로 쓸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은 서울대 패권주의를 깨는 데에 일조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아 서울대 패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하네!”라고 느끼면서 그걸 어떻게 해서건 내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는 ‘사회적 증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20년전 [지방은 식민지다]는 책에 이어, 3년 전에도 [지방식민지 독립선언: 서울민국 타파가 나라를 살린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사실 현 ‘서울공화국’ 체제에 너무도 화가 치밀어 쓴 책들이었지만, ‘사회적 증거’의 원리에 따르자면, 지방의 탈민식민지화에 도움이 안 되는 책들이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지방이 식민지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건 이 식민지를 탈출해 서울로 가야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강준만 칼럼> 중에서
그동안 수구 보수언론들은 권력의 랩독(Lapdog : 애완견), 가드독(Guard dog : 경비견) 또는 슬리핑독(Sleeping dog : 잠자는 개)이란 소릴 들어왔다. 권력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언론과 권력의 ‘일체관계’는 당연히 국민에게는 큰 불편과 불행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선진국일수록 언론자유지수가 높은 이유는 권력과 언론이 적절한 긴장(견제·비판)관계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언론과 권력의 관계는 일체관계인 강압적 통제관계 또는 공생·유착관계일 때다. 물론 지나친 적대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는 우리나라의 그리 길지 않은 역사적 사례와 언론자유지수가 낙후된 다른 나라 사례들에서 여실히 보여 왔다. 언론과 권력 그리고 재벌이 유착·공생관계일 때 국가와 국민은 불행해진다. 이는 길지 않은 역사가 증명해 준 교훈이다.
-<박주현 칼럼> 중에서
세상이 저절로 돌아가는가. 그런 것 같지만 결코 저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선(善)의지와 착한 동력도 작용하지만 엄연히 악(惡)의지와 나쁜 동력도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저절로 돌아간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아니면 둘이 뒤섞인 방향이든 어떤 의지나 책략에 의해 꾸며져 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번 돌아보자. 세상이 어디 그리 허술하고 만만한 곳이던가. 아무런 의지와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란 하나도 없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어떤 안간힘이나 발버둥도 없이 얻어지는 것이 있으랴. 설사 생각지도 않은 엄청난 횡재나 예기치 않던 행운마저도 모두 까닭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인과의 법칙이라 해도 좋다. 또는 섭리이건 인연이건 마찬가지다. 단지 표현마다 다를 뿐이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사회 불의는 여전히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이강록 칼럼> 중에서
우리 사회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온갖 쓰레기 같은 적폐는 매일 청소해도 부족함이 없다. 끊임없이 쓸어주어야 한다. 건강한 언론들과 깨어 잇는 시민들이 함께 하며 끊임없이 적폐청산에 주력하지 않으면 달발성에 그치기 쉽다. 하루 아침에 청산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기성언론, 주류언론의 책임도 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기성 언론들을 질책하고 비판하지만 또 한편으론 구독하고 광고해주고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썩었다고 비판하지만 지금도 수십 년 전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모순덩어리를 계속 쓸어줘야 한다.
-황풍년 전라도닷컴 대표 인터뷰 중에서-
적폐를 적폐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관습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 정도 하면 됐잖아’, ‘왜 화합을 깨뜨리고 분열을 일으키나’등의 화법은 친일파 청산 때, 6.29 선언 이후에도 나왔던 주장이다.
우리는 잘못된 일에 끈질기게 책임을 묻거나 관심을 가진 적이 별로 없다. 실제로 이런 특성을 권력자들은 이용한다. 언론을 통해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거나 왜곡 보도를 통해 핵심을 바꾸고, 범죄자들을 숨긴다.
국민이 언론이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언론이 적폐들을 취재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일도 필요하다. 국민에게 끊임없이 적폐를 상기시켜 주는 언론이 있다면 적폐 청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아이엠피터 인터뷰 중에서
적폐는 무생물이 아니다. 살아서 움직인다. 지금도 적폐는 생성되고 있다. 적폐는 과거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현재이고 미래일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의지와 새로운 적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들의 적폐를 상당 부분 청산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문재인 정부 안에서 또 다른 적폐가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권력이든 부패와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묵은 때가 제거된 공간에 다시 때가 끼지 않게 하려면 매일 청소하는 수밖에 없다. 그 청소 역할을 할 수 있는 ‘촛불언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까?
-오주르디 인터뷰 중에서
"성인은 남의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먼저 그 말을 공손히 하여 낮추며, 남의 앞에 서려고 할 때에는 먼저 자기 몸을 뒤로 돌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성인이 위에 군림하게 되어도 백성들은 무거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선두에 서 있어도 성인을 헐뜯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천하의 사람으로서 그를 추대하여 싫어하는 이가 없고, 또 남과 다투지 않는 까닭에 천하의 그 누구도 그와 다투려 하지 않는 것이다.”
<노자>에 실린 글과 같이 금강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진안, 무주, 금산, 영동 옥천을 지나 대전의 신탄진에 이를 것이다. 세종시, 공주, 부여, 논산, 익산을 거쳐 군산과 서천 사이에서 서해로 들어가는 강, 금강은 유유히 흐르고 우리들의 삶도 유장하게 흐르지 않겠는가.
-<길에서 역사를 만나다> 중에서
직선제를 두고 학생과 교직원들의 투표 참여 비율이 낮아 구성원들간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곳이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이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모처럼 대학가에 찾아든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 모두 고루 참여해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해묵은 지연과 학연 등으로 얼룩진 파벌주의도 청산되어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선거문화를 개선하여 공정하고 가장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총장 선출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적폐청산은 요원할 것이다. 대학의 적폐청산이 총장 선거문화의 개선에서 비롯되기를 기대한다.
-<대학 총장선거, 무엇이 문제인가?> 중에서
열악하고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도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100위 안에 든다. 이 비결은 무엇일까? 비결은 단순하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이다. 슐츠는 커피 시장이 소득 수준의 향상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음식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간파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기호에 맞는 새로운 커피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현대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끊임없이 몰두한 것, 이것이 스타벅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성공 비결이다.
-<커피학 개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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