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썸네일형 리스트형 코로나 스쳐가는 가을, 도원에서 삶의 본색을 바라보다 시평 가을 복사나무들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수원 주인도 아무 일 안 하는 듯하다 봄을 좋아하는 그는 남반구에 가 있다고 한다 거기서도 다른 도원을 갖게 된다면 그의 노동은 쉴 날이 없을 것이다 이 가을, 북반구의 도원에는 지켜야 할 것도, 지켜보아야 할 것도 없다 복사는 없고 나무만 있다. 나무만 살아 있다 복사꽃이 없는데, 복숭아가 없는데도 이곳을 도원이라 불러 좋을까 그래, 아무도 딴소리 못할 도원, 지난 봄날의 도원을 가득 채웠던 분홍빛은 이제 행방이 없다 애초 그 빛깔은 복사나무의 본색이 아니었다 복사꽃의 그 빛깔, 벌레를 위한 복숭아의 그 빛깔, 짐승을 위한 지금은 저 깊어진 초록이 복사나무의 본색 그것은 무릇 나무들의 본색, 이 별의 낮은 데를 가득 채운 물의 본색 결국 이 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