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조언하는
'대입 자기소개서 글쓰기 전략'
최승후(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대학별고사 연구팀장)
[자기소개서 총론] 내가 뽑혀야 하는 이유, 평가자 입장에서 서술하라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으로 지원자의 역할과 역량이 드러나게 기술한다. 구술면접고사를 실시할 경우 자소서의 내용을 확인하므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근거하여 사실만을 써야 한다. 특히,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유사도검색시스템에서 표절 여부를 확인하므로 스스로 솔직하게 작성해야 한다. 잘 쓴 글을 읽어 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자칫 표절의 유혹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소서는 학생부 여행을 도와주는 내비게이션이자 학생부만으로는 맥락하기 힘든 내용을 부연 설명해주는 제2의 자료다. 평가자가 학생부에 있는 나의 역량을 잘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써야 하는 이유다. 학생부에서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내용의 부연 설명도 반드시 덧붙여야 한다. 많은 서류를 평가하는 평가자가 나의 역량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도록 쓴다.
자소서는 ‘자기’에 대해 쓰는 글이므로 학교, 동아리, 친구를 소개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뽑혀야 하는 이유를 써야 한다. 또한, 자기를 ‘소개’하는 글에 적합하게 본인의 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을 대학과 모집단위의 인재상에 맞게 구체적으로 쉽고 명료하게 써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읽는 글이므로 맞춤법, 띄어쓰기, 논리적 구성 등 형식도 갖춰야 한다. 글을 구성할 때 주의할 점은 ‘동기, 과정, 결과, 의미, 변화’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활동에 따른 의미와 변화 즉, 배운 점, 느낀 점, 달라진 점이 분량의 최소 30% 이상은 차지해야 한다. 평가자는 활동의 결과도 관심 있지만, 과정의 이면을 더 보고 싶어 한다. 활동과 결과는 학생부에 있으므로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 간략하게 소개하면 된다.
자소서 작성 전에는 학생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 중에서 지원한 전공과 관련된 자신의 역량을 뽑아내야 한다. 본인의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을 학업∙리더십∙동아리∙봉사∙진로 등 주제별로 분류한다. 주제별 분류가 끝난 뒤에는 개요를 짜야 한다. 예를 들어 동아리 친구들과 탐구보고서를 썼다면, 탐구보고서를 쓰게 된 동기, 역할과 역경 극복 과정, 결과, 의미, 새로운 변화 등 차례로 개요를 작성해 본다. 개요 작성이 마무리되면 자소서 항목별 조건에 맞게 서술하면 된다.
학종에 지원하는 학생은 자소서를 제출 전까지 계속 교정해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백 번이라도 쓰고 지우고 또 써봐야 한다. 담임교사가 교정해줄 때는 먼저 해당 학생의 학생부를 2부 출력하여 학생부의 교과활동, 교과연계활동의 강∙약점을 파악한다. 그런 다음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 항목 등에 해당하는 내용을 학생부에서 추출하는 작업을 학생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나 소명할 내용을 자소서에 기재하면 된다. 일정이 촉박해서 급하게 작성하다 보면 글자 수를 못 맞추거나 맞춤법∙띄어쓰기에서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급하더라도 작성 시 유의사항은 반드시 읽어야 하며, 요구하는 글자 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자소서는 지원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남과 다른 자기만의 능력과 품성이 무엇인지, 해당 분야를 공부하기에 적절한지 등을 평가자에게 알리는 글이다. 두루뭉술하게 추상적으로 쓰기보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구체적인 사례나 일화를 들어 써야 한다. 교과활동과 교과연계활동의 경험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 자신의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한 성실한 노력 등을 포함하여 체계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글솜씨보다는 글의 내용, 스토리텔링, 논리력, 구성력이 중요하다. 자소서는 1, 2학년 때부터 작성해봐야 자신이 부족한 활동과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학종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자소서는 구술면접과 더불어 지원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특히, 제출서류 중 유일하게 지원자 본인이 작성할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교수와 입학사정관들은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매력적이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자소서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학생을 면접을 통해서 확인하다. 이 때문에 자소서는 활동과 경력을 단순 나열한 ‘이력서(Resume)’보다는 전공에 대한 열정과 자신만의 강점이 묻어나는 ‘커버레터(Cover letter)’가 돼야 한다. 비록 글쓰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적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해서 즐겼던 경험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이야기로 구성해 써내려가 보자.
[공통문항 1번] 너의 학업역량을 보여줘!
자소서 공통문항 1번은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띄어쓰기 포함 1,0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문항을 나누어서 분석해 보면,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은 고등학교 이전의 기록은 학생부에 없으므로 의미 있게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은 교과 성적보다 큰 개념인 학업을 의미하므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몰입한 활동을 기술하면 된다. ‘배우고 느낀 점’은 활동위주의 나열형 글쓰기가 아닌 배운 점, 느낀 점 그리고 달라진 점을 기술하라는 뜻이다. ‘1,000자 이내’라는 제한 조건을 지키려면 한 문장을 80자 이내로 짧게 써야 한다는 의미다.
1번 문항은 지원자가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하여 자기주도적으로 학업역량을 발전시킨 사례를 묻는 문항이다. 2번, 4번 문항과 더불어 지원자의 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항이다. 1번 문항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성어는 ‘不狂不及(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이다. 예를 들어 ‘통계학’에 지적 호기심을 가진 학생이 통계학에 대해 알기 위해 네이버캐스트 등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관련 책을 읽는다. 유튜브, 테드, K-MOOC, KOCW 등에서 강의도 듣는다. 또한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통계학 노트를 만들어 통계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통계학 관련 전문 용어를 공부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결과보고서를 작성해봤다면 1번 항목에 적합한 몰입 활동을 한 것이다.
예를 더 들어보면, 생명과학 시간에 했던 DNA 관련 내용이 재미있어 책을 찾아 봤다든지, 그것과 관련하여 실험설계를 제안해서 진행했다든지 등, 관심 분야의 계기와 그 관심을 어떤 방법과 노력으로 발산하였는지, 그래서 지금 관심이 어느 단계에까지 와있는지 등이 있으면 좋다. 이런 학생들을 평가자는 높게 평가한다. 즉,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자기주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학업역량을 발전시킨 우수한 사례인 것이다. 요컨대 1번 문항에는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가 좋아서 몰두했던 공부경험을 쓰면 된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내신 성적을 어떻게 얼마나 올렸는지를 기재하는 오류를 범한다. 내신 성적 향상도는 학생부에 다 나와 있다. 따라서 내신 성적을 올린 과정과 공부법(학습법)에서 그치기보다는 희망 학과와의 연계성을 밝히면 좋다. 자소서 1번은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드러내는 항목이다. 그런데 대부분 학생이 공부법을 바꿔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이야기를 쓴다. 예컨대 ‘수학 성적이 떨어져 공부법을 바꾸고 학습 플래너와 오답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학교 보충수업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야간자습 시간을 이용해서 복습했더니 수학 성적이 올랐다.’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이다. 물론 1번 항목의 주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너무 많이 쓰고 있어서 평가자가 식상해 한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이 공부법을 다 외울 정도라고 한다. 공부법을 평가할 수는 없으니 변별하기도 어렵다. 학업역량을 드러낼 때는 자신만의 노력과 준비 그리고 차별성, 심화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동기와 활동을 장황하게 쓰기보다는 의미, 결과, 변화 내용을 강조해야 한다. 하나의 활동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연계성이 있는 두세 개의 활동을 쓴다면 평가자가 지원자의 역량이 다각도로 볼 수 있어서 좋다.
1번 문항의 학업역량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떤 분야에 한번 미쳐보자. 그 분야가 전공적합성까지 맞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도전과 그 문제해결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을 맛본 사람은 배움의 과정을 즐기게 된다. 지적호기심을 학업역량으로 발전시키는 자기주도적 과정을 공자님은 이렇게 표현하셨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공통문항 2번] 너의 전공적합성을 보여줘!
자소서 공통문항 2번은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3개 이내)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라는 내용을 1,5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문항을 나누어서 분석해 보면,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은 고등학교 이전의 기록은 학생부에 없으므로 의미 있게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내 활동(3개 이내)’은 일반적으로 교내 활동 2~3개를 쓰지만, 요즘은 1개를 쓰는 학생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배우고 느낀 점을 강화하기 위해 2개를 쓰는 학생이 늘고 있다.
‘배우고 느낀 점’은 활동의 기록은 학생부에 나오므로 배우고 느낀 점 그리고 달라진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뜻이다. 활동위주의 나열형 글쓰기는 자소서 글쓰기의 천적인 점을 꼭 명심하자.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이 아니면 기록해도 의미 있게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1,500자 이내’ 제한 조건 안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2~3개 교내 활동을 쓰기 때문에 1,500자가 아니다. 1,000자 이내로 단락을 나눌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개의 교내 활동을 쓴다면, 1순위 활동은 800~1,000자, 2순위 활동은 500~700자로 개요를 잡을 수 있다.
2번 문항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독서활동, 리더십, 탐구대회, 교과 캠프, 학교장이 허락한 교외 활동 등에 대한 전공적합성, 학업역량, 발전가능성, 자기주도성 등을 주로 묻는 문항이다. 특히 모집단위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문항으로 전공적합성이 가장 중요하다. 1번 문항의 학업역량과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주는 것도 좋다. 2번 문항 역시 학생들이 동기와 활동을 장황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활동의 단순 나열이 아닌 활동을 통해 배운 점, 느낀 점, 바뀐 점을 중심으로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한 활동만 열거하고 정작 문항에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쓰지 못한다. 너무 욕심내서 참여한 활동들을 자소서 안에 모두 담으려 하지 말고, 자신이 배우고 느낀 점들을 풍부하게 쓰는 편이 좋다. 즉, 2번 문항에서 학생들은 활동 그 자체에만 집중하지만 평가자가 궁금한 것은 지원자가 이 경험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학업역량을 키웠는지 여부다. 이 활동들이 지원한 학과와 연계되어 있어서 전공적합성까지 높다면 금상첨화다.
이때 배운 점, 느낀 점, 바뀐 점이 지원한 학과의 역량과 연관성이 높다면 좋다. 학생들은 어떤 활동에서든 배우고 느낀다. 중요한 것은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이 나의 장점이면서 모집단위와 적합한지다. 또한,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이라면 그 활동 속에서 역량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써야 한다.
교내 활동은 시간순의 단순 나열이 아닌 강점이 있는 순서로 구체적인 사례와 에피소드 위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특히, 활동 안에서의 자기주도성과 역할이 중요하다.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활동으로 꾸준한 지속적인 활동이면 더 좋다. 일반적으로 3개의 활동을 쓰지만 중요한 활동이 있다면 1개 또는 2개의 활동도 무난하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에 지원한 학생이라면, 기계에 관련한 관심 활동, 기계공학과와 전공적합성 즉 싱크로율이 높은 수학과 물리 교과에서 학업역량을 보인 사례를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면 된다.
정리하면, 2번 문항에는 단순하게 활동을 나열하지 말고 활동에서의 역할과 변화와 성장 내용을 서술해야 한다. 자소서는 활동중심평가가 아니라 역량중심평가이기 때문이다. 활동 하나는 반드시 교과에서 출발해야 한다. 화학 수업에서 지적호기심이 생겼다면, 화학과 관련한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식이다. 또한, 자소서 2번 문항에는 전공적합성이 잘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전공과 매칭이 잘 안 되는 활동은 지양해야 한다. 활동은 ‘동기 – 과정 – 결과’ 순으로 쓰면 된다. 그리고 ‘의미 – 변화’ 내용을 강조하자. 한 번 따라해 보세요.
“동 – 과 – 결 ♬~♪~♩ ”
[공통문항 3번] 너의 사회성을 보여줘!
자소서 공통문항 3번은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1,0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문항을 나누어서 분석해 보면, ‘학교 생활 중’은 즉, 교내활동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는 4개 다 써도 되지만, 한 개나 두 개를 묶어서 쓰는 것이 좋다. ‘실천한 사례’는 본인의 역할과 역량을 드러내라는 뜻이다. ‘배우고 느낀 점’은 활동의 기록은 학생부에 나오므로 배우고 느낀 점 그리고 달라진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뜻이다. ‘1,000자 이내’는 80자 이내로 짧게 써도 12~13 문장밖에 나오지 않으므로 핵심으로 바로 들어가라는 뜻이다.
3번 문항은 지원자의 인성과 공동체의식을 평가하는 문항이다. 본인이 고교 생활 중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배려, 나눔, 협력, 성실성, 리더십 등을 어떻게 발휘했는지 보여주는 문항이다. 4가지 영역을 나열해도 상관없고 가장 돋보이는 것 1~2가지만 써도 된다. 나눔과 배려, 협력과 갈등관리를 묶어서 작성하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1,000자라는 제한 조건 때문에 두 가지 사례보다는 한 가지 사례에 2~3가지 역할과 역량이 드러나도록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요즘 학교에서 많이 하고 있는 멘토-멘티 활동, 재능기부 활동 등이 이 항목에 포함된다.
봉사활동은 진정성, 지속성, 자발성이 중요한 만큼 일회성 봉사활동은 안 쓰는 것이 좋다. 봉사활동은 도움을 준 사례보다는 도움을 준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변화와 성장 내용은 활동 이후의 추후연계활동으로 서술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인근 초등학교에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했다면 그 후로도 봉사활동을 계속했고, 교내에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 재능기부활동을 더욱 확장하는 식이다.
리더십[leadershp]을 강조하고 싶다면 리더 경험을 쓰기보다는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와 리더의 역량을 기술해야 한다. 사실 학교에 리더는 소수고 대부분의 학생은 팔로어다. 팔로어십[followship]도 중요한 미덕이다. 리더십은 팔로어십을 통해 완성된다. 리더십 이야기가 없다면 차라리 팔로어십을 쓰는 게 낫다. 나눔과 배려를 꼭 리더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꼭 착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팔로어십도 배려다. 공동체의 화합과 목표를 위해 조연의 역할을 훌륭히 했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사실 리더는 1%도 안 된다.
갈등중재를 쓸 경우 자기만 선한 해결사이고 친구들은 모두 나쁘다고 쓰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본인 때문에 갈등 관리에 실패하고 그 실패에서 갈등관리를 배웠다고 솔직하게 쓰는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갈등이 더 심하다고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므로 사실적인 기술이 가장 바람직하다. 인성관련 종합적인 평가이므로 갈등의 곤란도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3번 항목에서 학생들이 많이 쓰는 이야기 구조는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첫째, ‘종교지도자형’ 이야기다. 3번 항목에서 나오는 학생들은 다 착하고, 화목의 아이콘, 갈등의 중재자, 선한 해결사다. 남들을 다 기쁘게 하고 자기를 희생하는 친구들이 많다. 둘째, ‘교학상장(敎學相長)’형 이야기다. 내가 도움을 주는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그것을 통해서 배웠다는 것이다.
의사소통능력도 마찬가지다. 3번에 대부분 학생들이 의사소통능력만 강조하는데 조직에서는 의사소통능력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설득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으로 갈등을 회피하는 의사소통능력이 과연 현대사회에 맞는 역량인지 의문이다. 도리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힘든 과정이지만 협의를 통해서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히는 역량이 진정한 소통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공통문항 3번에는 혼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회적인 경험, 대인관계 경험을 쓰면 된다. 지원자의 인성, 사회성을 평가하는 영역이고 소재도 한계가 있어서 크게 변별이 되지는 않는다. 웬만한 소재는 다 외울 정도다. 이 문항은 본인만이 선한 해결사이고 경청하는 소통능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원자는 갈등을 유발하는 당사자지만 문제 상황을 팔로어십과 합리적인 설득과 공감능력으로 극복했다고 썼다면 눈에 띄고 신선함을 준다.
요컨대, 자소서의 3번 문항은 지원자의 학교생활 내에서의 인성을 묻는 질문이다. 배려와 나눔을 실천한 사례나, 갈등관리, 리더십 등의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학교생활에서 흔히 겪는 일상 속에서 본인의 인성을 드러내면 좋다. 즉, 지원자가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반이 합창대회에서 1등을 해서 참 기뻤습니다’라고 하는 것에는 지원자의 역할이나 기여가 없기 때문에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반이 합창대회에 나가는데 곡을 선정하는 과정, 본인의 파트, 그것을 위한 본인의 노력, 결국 1등을 하는데 기여점, 1등을 성취하고 느낀 점 등이 기술되면 지원자의 인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 ‘나는 착하다’식의 스테리텔링이 아닌 ‘함께했기 때문에 성장했다’는 사회성이 강조되는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착한 해결사를 포기하고 친구들과 함께했던 활동이 더 참신하다구요!”
[자율문항 4번] 너의 미래 비전을 보여줘!
자소서 자율문항 4번은 ‘지원동기, 전공과 관련된 노력, 입학 후 학업계획, 졸업 후 진로계획, 독서(서울대)’ 등을 1,000자 또는 1,5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문항이다. 이 다섯 가지 내용은 모두 면접과도 밀접하게 관련 있는 문항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자소서 1, 2, 3번 문항은 공통이지만 4번 자율문항은 대학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작성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4번 자율문항을 제대로 마무리 못하고 시간에 쫓겨 부실하게 제출하는 수험생이 많다.
서울대 4번 문항은 독서활동이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선정 이유를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해야 한다. 독서활동에서는 자기주도적 도서선별 능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새빨간 거짓말, 통계>(더불어책)를 읽고 어떤 점을 느꼈다고 쓰기보다는, 메르스 관련 신문기사를 읽은 후 통계의 오류에 호기심이 생겨 이 책을 읽었다고 기재하면 자기주도적 도서선별 능력이 더 돋보인다. 그 다음엔 관련 독서 이력을 확장하는 것이 좋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은 뒤 <통계의 미학>(동아시아), <괴짜 통계학>(한국경제신문사)과 같은 책으로 관련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독서활동을 한 후에 대학 새내기들이 많이 보는 기초 통계학 분야 책으로 독서 이력이 점프하는 식이다. 제대로 된 독서활동을 한 지원자를 싫어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다만, 읽지 않은 책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책을 목록에 넣은 경우 면접을 통해 검증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서울대 도서 3권은 전공과 관련된 교양도서와 심화도서 그리고 융·복합적 능력이 돋보이는 다양한 분야의 지적 호기심과 관련된 도서로 3권을 선별하는 것이 좋다.
지원동기는 대학과 모집단위를 선택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작성해야 한다. 특히 전공분야에 대한 학업역량과 포부가 드러나야 한다. 상투적이고 거창한 지원동기보다는 모집단위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준비한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해야 한다. 지원한 전형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또한, 지원동기는 대학 입학 후의 학업계획과 진로계획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좋다. 거기에 대학의 인재상을 녹여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자신이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라는 점을 보여주면 된다. 학업계획 및 진로계획을 세울 때는 먼저 대학에 입학한 후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 진로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에서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 그 후 복수전공, 연계전공, 전공세부영역, 취득 가능 자격증, 대학원 과정, 졸업 후 진로, 취업 등의 정보를 학과 누리집을 통해서 찾아 본다. 학업계획을 세울 때는 단순한 학년별 교육과정을 나열하거나 대학생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언급하기보다는 대학 입학 후 정말 해보고 싶었던 관심 분야 공부 계획을 짜야 한다. 졸업 후 진로계획은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막연한 포부가 아닌 학업계획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하며 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4번 문항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1번 문항은 학습법을 바꿔 성적을 올린 경험을 대부분 기술한 내용이 많아서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2번 문항의 교내활동도 학생부종합전형이 10년째 접어들면서 학교마다 활동들이 대동소이해졌다. 3번 문항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거의 없다. 따라서 4번 문항을 대학에서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4번 문항은 현재의 자소서 문항으로 통일되기 전의 2014학년도 이전 1번, 3번, 4번 문항이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 지원동기, 학업계획, 진로계획, 전공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주로 묻고 있어서 지원자의 포부와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볼 수 있는 항목이어서 중상위권 대학들이 4번 문항을 앞다퉈 추가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평가자는 4번 문항에서 지원자의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자기주도성을 두루 살펴보고 있으며, 대학과 모집단위에 대한 충성도도 중요하게 확인하고 있다. 대학의 니즈(Needs)가 가장 잘 반영된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진로가 변경되었다면 4번에 기술하는 것이 무난하다. 평가자는 진로 희망이 변경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지원한 전공을 왜 선택했는지,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해당 전공에 적합한 인재인지, 앞으로 자신이 가려 하는 진로에 해당 전공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만약 진로 희망이 변경되어 자신의 활동 경험과 지원 전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라면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평가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또한, 4번에서는 지원자의 미래비전을 드러내야 한다. 단기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 생명공학과에 입학하고 싶다는 것은 단기 목표다. 이 학과에 들어가서 앞으로 무슨 일을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지가 장기적인 미래 비전이다. 그런데 이 문항에 대해서 학생들이 범하는 오류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세계평화형’이다. 학생들은 지원동기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쓰지 않고 너무 거창하게 쓰는 것이다. 둘째는 ‘교육과정 나열형’이다. 학과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 형태다. 셋째는 역량 중심이 아닌 직업을 쓰는 형태다. 예를 들어 나는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다라고 쓰기보다는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했다는 등으로 역량 중심으로 기술해야 한다. 10년 뒤에 없어질 수 있는 직업에 평가자는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4번 문항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역시 ‘지원동기’다 우리 대학과 학과에 지원한 동기 즉, ‘Why’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전공에 미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 전공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적극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런 지원동기는 어때요?
“여드름으로 고생(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함) →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바르는 약, 먹는 약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음 →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다 부작용으로 고생함 → 여드름 관련 신문기사, 관련 자료 수집 →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치료법, 임상사례 수집 → 관련 논문과 책들을 찾아 읽음 → 여러 재료를 혼합하여 자신만의 치료제를 만들어 보며 자연스럽게 ‘화학과'에 관심을 갖게 되어 지원함”
/<사람과 언론> 제2호(2018년 가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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