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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사람과 언론> 제2호(2018 가을호) 권두언


대전환의 기류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언론 등

전 분야에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르는데...

 

지난 수개월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로운 역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 길은 대전환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남북 정상과 북미 정상이 연달아 서로 웃는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회담과 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해방 이후 반세기 이상 등을 마주 한 채 전혀 다른 그 먼 길을 걸어오더니 홀연히, 단 한 숨에 돌아온 길을 달려가 서로 껴안으며 화해하는 모습에 격한 감동과 감격을 느꼈다. ! 이제는 한반도를 얼어붙게 한 강고한 냉전체제가 허물어지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컸으리라.

 

평화의 길, 대전환의 길이 역사 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경쾌하게 지난 몇 개월을 걸어왔다. 그러다 100년 이상 넘게 다시 찾아든 맹더위 속에 경쾌하던 내리막길이 다시 주춤해졌지만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권 출범 1년 만에 많은 역사의 길을 새로 만들며 걷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전환의 기류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언론 등 전 분야에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른 형국이다.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하며 기득권을 누려왔던 수구세력이 침몰한 지난 지방선거도 역사적 대전환이 몰고 온 개혁의 후폭풍으로 기록됐다.

 

대전환의 시대, 산재한 한반도 주변의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들

 

그러나 우리 앞에 펼쳐진 역사의 길은 그리 순탄치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이 언제 어떻게 담합하며 돌변할지 모른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어떤 변화가 몰아닥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반도를 둘러싼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들이 너무 많이 산재하고 있기 때문에 펼쳐진 길이 평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방선거를 통해 7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구질서가 무너졌다고 해서 금세 달라지는 건 없다. 여전히 정치권은 갈등과 반목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 스며든 적폐의 청산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진보 정치의 증인이자 상징이었던, 선명한 정치인 고 노회찬 의원을 여름 한 가운데에서 비통하게 떠나보내야만 하는 슬픔의 길을 만나기도 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평소 누구보다 노동시장을 잘 파악하며 핵심적 대안을 제시해 주던 고인의 혜안이 그리운 시절이기에 아픔이 더욱 크다.


<사람과 언론>은 지난 창간호에서 글을 써서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1인 미디어의 대가들을 통해 적폐청산의 남은 과제를 짚어보았다. 적폐는 깊고 은밀하고 견고하기 때문에 깨어 있는 시민들과 건강한 언론이 항상 감시하며 청소하듯 쓸어내지 않으면 청산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1인 미디어들의 한결 같은, 뼈아픈 지적이었다.

 

작지만 정의롭고 정직한 언론에 더 많은 글을 쓰고 싶고, 그런 매체와는 설렘으로 손을 잡을 것이라는 한 인터뷰이의 인상적인 지적은 지금도 머릿속 한 가운데에 머물러 있다.

 

가을호 특집주제 대전환의 시대, 사회개혁의 과제

...교육·노동·언론문제 심층 진단

 

<사람과 언론> 2018년 가을호(통권 2)는 촛불시민혁명 이후 하루가 다르게 매일 새로운 역사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사회지만 역사적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사회를 어떻게 개혁하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혜안을 담기로 했다. 가을호 특집주제는대전환의 시대, 사회개혁의 과제로 정했다.

 

70년간 지속돼 온 남북 간의 적대관계가 평화와 화해의 시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는 물론 사회·경제 전반에 물결치듯 일렁이는 개혁과 적폐청산의 파고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며 다함께 순항해 나갈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두고 기획했다.

 

이번호에서는 많은 분야 중에서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와 최저임금 문제로 요동치는 교육계와 노동계를 잘 대변해주고 해법을 제시해 줄 만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선정하고 섭외를 시작했다.

 

10만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대학 강사들의 생계와 처우개선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길거리 투쟁을 펼치고 하고 있는 두 사람을 특별 인터뷰에 초대하기로 하고 섭외했다.


국회 앞에서 그리고 대학의 민주광장에서 20 여년을 풍찬노숙하며 대학 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두 사람은 부부이자 자녀들을 둔 부모·가장이다. 이들이 목 타게 20년 가까이 절규하는 목소리는 단 한 가지. 수많은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이다. 상아탑의 유령으로 불리는 시간강사들의 고되고 슬픈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한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거리에서, 광장에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20여 년 동안 거리에서 풍찬노숙 투쟁 벌이며

대학 강사 처우 개선 외치는 부부의 애잔한 사연 특별 인터뷰

 

두 주인공은 바로 김영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표와 김동애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본부장.

 

부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투쟁 과정과 달라진 모습들,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답변은 남편인 김영곤 대표가 정리해 주었으며 부인 김동애 본부장은 기고의 글을 덧붙여 보내왔다.

 

김영곤 대표는 원래 노동운동 전문가다.한국노동사와 미래(선인, 2005)란 책을 써서 고려대 강수돌 교수 추천으로 20052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을 받고 그것이 학생들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강사가 자기검열을 하고, 학생은 학문의 내면과 사회의 생생한 현실을 배우지 못하고, 또 질문을 해도 강의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학점과 스펙 마련에 매달린다는 데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근본 원인은 강사의 교원지위 박탈에 있다고 생각하고 교원지위 회복싸움을 시작한 계기다.

 

부인 김동애 선생은 원래 중국사 전공자로서 한성대 1년 계약의 대우교수였는데 1999년 계약기간에 감봉을 당해 사과를 요구하고 직위해제 및 감봉 무효소송을 계기로 시작했다.

 

부인은 강사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남편은 학생에 초점을 맞추어 강의실에서 나와 오랜 기간 동안 비정규직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사이에 두 사람 모두 70살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도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다짐한다.

 

강사들이 교원이 아닌 상태에서 학문연구와 학생교육에 애착을 가진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반세기 가깝게 노예처럼 이용당했다.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생산, 분배, 소비, 지속가능성, 평화 등 여러 측면에서 지혜와 대안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젊은 강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나 자신 또한 강사법을 시행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사람과 언론>은 이번 가을호에서 두 사람의 기막힌, 끝나지 않은 풍찬노숙 투쟁사를 16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정리하고 김동애 박사의 기고의 글도 함께 실었다. 이들의 주장이 큰 울림으로 퍼져 상아탑에서 유령 소릴 듣는 강사들이 하루 빨리 유령의 멍에를 벗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밖에 이번 가을호에서 교육분야로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을 초대했다. 그는 대전환의 시대, 교육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문제점과 대안을 잘 제시해 주었다. 입시중심 교육을 해소하고, 권위적인 관료지배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논리가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

 

민노총 정책연구원장, 한노총 기획정책국장,

윤희만 비정규노동자 지원센터장 특별기고

 

다음으로 노동계는 먼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을 상대로 섭외에 나섰다. 양대 노동조합을 잘 대변하고 노동정책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는 박용석 정책연구원장(민노총)과 송명진 기획정책국장(한노총)이 추천되었지만 선뜻 응해주었다.


바쁜 가운데도 두 사람 모두 정성이 담긴 긴 기고의 글과 함께 명쾌한 대안을 제시해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민노총 박용석 원장은 민주노총 노동자가 기대하는 한국사회 대개혁이란 주제의 기고에서 우리 사회 개혁의 배경에는 2016년 하반기부터 한국 정치사를 뒤바꿔놓은 촛불혁명이 자리한다고 전제하면서 그 시작은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이었지만, 중심에는 경제적 불평등 및 사회 양극화 흐름 속에 자리 잡은 몰상식-불공정-불공평에 대한 민심의 저항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무역규모 세계 11위 수준이고 국민소득(NI) 3$을 눈앞에 둔 선진국 문턱에 와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게 나라냐하는 절규까지 나타날 정도라고 설명하면서 촛불혁명에 깊게 참여한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또다시 우리 사회의 대개혁을 갈망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촛불혁명의 과제를 제대로 완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가 노동이 존중받고, 노조하기 좋은 나라로 자리 잡기 위한 여러 가지 문제점과 대안을 내놓으면서도 특히 수출 중심의 독점 구조 하에서 특혜를 누린 재벌들의 사익 편취, 편법 상속·증여 및 다단계 원·하청 수탈 등이 예방되고, 소득에 따른 공정 과세가 확보되며, 고소득·사회지도층의 부당한 편익 독점구조가 무너져야 한다면서 최근 최저임금제도 왜곡이 심화되고, 대기업 순환출자·다단계하도급 및 총수일가 사익 편취, 부동산 보유세 등에 대한 개혁조치가 후퇴되고 있는데, 이는 촛불혁명 정신을 거역하는 흐름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노총 송명진 국장은 노동존중 사회로의 전환과 노동운동의 과제라는 주제의 기고에서 사회개혁의 열망과 노동정책 전환의 흐름과 방향,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그는 현 정부가 정치개혁과 남북관계개선 등의 개혁과제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과 달리 유독 사회·경제 개혁에서 후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노동정책의 후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지적했다.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이후에도 최저임금 수준과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운동은 오히려 이를 경제민주화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전면적으로 제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민노총과는 약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다.

 

이밖에 노동문제에 관해서 또 한사람의 전문가를 초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하며 대변해 온 윤희만 전주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센터장이다. 그는 최저임금 1만원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꼼꼼히 살피며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밀하게 분석해냈다.


김창룡 교수, 보수언론 통렬한 비판

양병호 교수 시평’, 

조성욱 교수 지명이야기’ 

새롭게 선봬

 

언론계는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대전환의 시대에 꼭 개선돼야 할 과제를 기꺼이 해결해 주었다. 김 교수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한반도 평화 찬물 끼얹는 보수언론, 두고만 볼 텐가?’란 주제의 칼럼에서 시대정신에 거부하며 여전히 이념적 색채를 지향하는 보수언론을 강하게 질타했다. “국내 언론에 대해서도 징벌적손해배상제도도입을 권고한다는 주문이 강렬하다.

 

한편 이번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서홍석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교수이자 AI블록체인연구소 소장은 블록체인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뜨거운 것인가?’, ‘기존 인터넷 기술과 무엇이 다른가?’, ‘변화와 혁신의 걸림돌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해 해답을 자세히 정리해 주었다. 아울러 블록체인과 미디어 관계도 시의성 있게 이슈분석 코너로 곁들여 소개했다.

 

또 이번호에서 볼만한 기획특집이 실렸다. 양병호 전북대 국어국문과 교수의 촌천살인과 같은 시평(時評), 조성욱 전북대 지리교육학과 교수의 지명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을 풀어 쓴 지명 이야기가 새롭게 선보인다.

 

이밖에 창간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신정일 향토사학자의 길에서 역사를 만나다와 김현 교사의 서평’, 김명주 평론가의 영화 속으로’, 박대길 박사의 역사 시리즈’, 최승후 교사의 대입 자기소개서 쓰기 전략’, 서치식 씨의 기접놀이와 사람들’, 이지영 씨의 가벼운 식탁이 이번호에서도 새롭게 소개된다.


사랑은 나직하게,

나눔은 소리 없이,

정의는 꾸준하게.“

 

박노해 시인의 걷는 시중 한 구절을 되새기며 <사람과 언론> 2018년 가을호(통권 2) 권두언을 마친다.

/이 글을 <사람과 언론> 제2호(2018 가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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