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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은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 왜?

mediapark 2018. 11. 6. 16:26

▲<사람과 언론> 제3호 특집(지역사회의 지배구조와 토호세력의 뿌리)에 인터뷰 또는 기고로 참여해 준 사람들. 위쪽 좌측부터 김주완 이사, 오한흥 대표, 정찬흥 위원, 손주화 국장, 문주현 기자, 김성희 이사. 



<사람과 언론> 2018년 겨울호 권두언 


정권은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 ?

 

시사·인문·학술계간지 <사람과 언론>은 제3(2018 겨울호)의 특집주제를 지역사회 지배구조와 토호세력의 뿌리로 기획하여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행세하거나 선출되는 권력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는 토호세력의 횡포와 이로 인한 부작용, 개선방향을 각 지역의 여러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짚어보았습니다.

 

또한 역사적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지역사회에 군림하는 토호세력의 적폐를 어떻게 개혁하고 지역의 밝고 투명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진지한 고민과 대안을 담기로 했습니다.

 

김주완 이사 “토호세력, 지역언론·관변단체를 행정권력 및 정치권력과의 연결통로 활용

 

누구보다 오랫동안 지역의 토호세력에 관해 연구해오고 심층취재와 보도를 해온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겸 출판미디어국장은 문제점과 대안을 예리하게 짚어주었습니다. 10여 년 전 그가 주장했던 정권은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는 명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제하면서 깨어 있는 시민들의 노력과 촛불정권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김 이사는 지역에서 토호세력으로 인한 폐해는 지역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공적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배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토호세력은 지역의 행정 및 정치권력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결탁해 각종 이권과 특혜를 받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선거 과정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자에게 보험을 들 듯 자금을 지원하거나 유력한 두 명에게 양다리를 걸쳐 지원하면서 권력과 미리 관계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김 이사가 밝힌 토호세력은 지역언론과 관변단체를 행정권력 및 정치권력과의 연결 통로로 활용된다는 것인데,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 자유총연맹 등 3대 관변단체는 거의 모두 이들 토호가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단체의 규모는 중앙 조직과 광역시도 조직, 시군구와 읍면동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기에 지역신문 사주로 행세하는 토호들은 그야말로 지역의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무소불위의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입니다.


오한흥 대표 “토호의 권력, 시민과 나누는 운동부터 실천해야

 

지난 가을 언론문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옥천전투의 주인공인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는 토호의 뿌리는 더와 덜의 차이일 뿐, 권력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형성돼 왔다고 전제한 뒤 그 중에서도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골 깊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언론의 질못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중심에는 늘 <조선일보>가 자리하고 있다그래서 지역에서 안티조선운동을 열심히 전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어느 곳이나 영역별로 토호는 존재하며 절대 죽지 않는다면서 없앤다는 것은 어렵지만, 대신 그 권력을 시민과 나누어야 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해결방법이 쉬워질 것이라고 해결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돈과 권력이 많은 곳일수록 그들의 기득권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폐해도 심각하다는 오 대표는 충청권도 병폐가 심각하지만 인근 수도권과 충청을 둘러싼 호남권, 영남권의 토호세력 대물림과 권력의 독점으로 인한 횡포가 훨씬 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론과 토호의 유착도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언론과 토호의 결탁은 지역에서 극약이나 마찬가지다. 극약도 적정량이면 약으로도 쓸 수 있지만 어느 지역이나 심각한 수준이다. 끊임없이 권력과 재력을 향한 토호들의 몸부림에 언론이 늘 중매 역할을 하거나 결탁하여 권력과 재력을 함께 향유하려는 못된 습속이 문제다.”

 

오 대표의 지적처럼 지역사회 지배구조와 토호세력의 뿌리는 어느 지역이나 오랜 기간 동안 내재돼 왔던 골 깊은 지역사회의 문젯거리입니다. 쉬쉬하며 감추어져 왔을 뿐, 자본과 권력 간의 결탁, 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은 지속되면서 지역에서 거대 공룡처럼 비대해 지는 양상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토호권력에 의한 피해는 지역의 언론사 내부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정찬흥 위원 “막강한 자본력으로 건설, 운수, 학원, 병원, 언론까지 소유

 

지역신문 사주 및 경영진과 맞서 투쟁하며 5번 해고되고 5번 복직한 정찬흥 씨는 <인천일보> 논설위원실 심의위원이란 직함을 갖고 지금도 계속 투쟁 중입니다. 그가 마주한 토호세력의 실태와 전망, 대안 등을 들어 보았습니다. 해고와 복직을 반복하다 지금은 논설실 심의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 위원이 언론사와 갈등을 빚게 된 것은 경영진의 눈엣가시로 보이기 시작한 2007. 노조위원장 출신인 그에게 회사는 무단결근, 무단 외출, 지각 및 조퇴, 근무태만, 징계위원회 방해 등을 이유로 무려 다섯 번이나 해고시켰습니다.

 

지역언론사와 자본의 결탁, 지역언론사와 권력의 결탁이 끊임없이 이뤄지면서 언론이 지역의 토호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갈등, 고난을 겪은 그 역시 지역의 토호세력들은 자본과 권력을 모두 쥐고 있다여기에 언론까지 쥐락펴락하고 있을 정도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물론 선출된 권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실상을 고백했습니다.

 

그는 또한 오랜 역사와 맥락을 함께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인천과 수도권 등은 주로 토착민들보다는 외지에서 유입된 세력들에 의해 기득권 쟁탈전이 펼쳐진 곳이며,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건설업, 운수업, 학원, 병원 등에 이어 언론사를 반드시 인수하거나 최대 지주로 참여해 방파제로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여 강조했습니다.

 

문주현 기자 “지역신문·정치·행정, 존재 감춰가며 공생관계 유지

 

전북지역에서 오랫동안 인터넷 대안언론사 기자로 활동을 해 온 문주현 <참소리> 전 기자 겸 편집인은 지역의 토호세력을 보이지 않은 권력에 빗대었습니다사회문제와 잠시 거리를 두고 일상을 살다 보면 잘 보이지 않는 권력, 세력이 바로 토호세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언론과 정치, 행정은 때론 이들의 존재를 감춰가며 나름의 공생을 유지하기도 한다그들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은 시민의 저항에 부딪쳤을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한 뿌리 깊은 유착이 가장 빛을 내는 시기는 바로 선거 기간이라며토호자본과 권력이 청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과 숨은 공조를 하고 있는 정치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지난 수십 년 동안 전북은 단 한 번도 제 1정당의 수평적 교체가 이뤄진 적이 없다. 과거 국민의당을 비롯해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지만, 그들도 결국 숨은 공조의 주역들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김성희 이사 토호보다 더 강하고, 더 좋은 토호를 양성해야

 

이번 겨울호에 또 다른 토호 전문가를 초대했습니다. 사단법인 정치발전소의 상임이사를 맡아 오면서 지역의 토호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해 온 김성희 상임이사입니다. 그는 민주적 토호론을 제안한다라는 기고를 통해 더 강한 시민적 토호가 지역당의 모습으로, 결사체의 모습으로 지방정치에 위풍당당하게 나설 때, 지방에서의 민주주의는 더 강해지고 토호문제를 비롯한 지방문제의 해결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앞서 그는 토호문제의 기원과 토호문제를 둘러싼 싸움의 유형을 설명한 뒤 민주적 토호론을 주장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민주적 토호론은 흥미를 끕니다.


공허한 청산론이나 분권론 대신, 토호보다 더 강하고, 지방 시민에 기반한 더 좋은 토호들을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 이런 공익적 토호들은 정당과 시민들의 자율적 결사체이다. 더 많은 좋은 토호들이 정치과정에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다수 지방시민을 소외시키는 소수의 사익이 공익을 농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치과정에 균형을 만들어야 자원배분 역시 보다 평등하고 공정할 수 있다.”

 

한편 <사람과 언론> 이번 겨울호는 언론분야의 전문가로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초청했습니다. 장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발제한 내용을 토대로 포털의 지역언론 차별: 현실과 대안이란 제목의 글을 알기 쉽게 정리해 보내왔습니다. 그는 국내 1위 포털업체인 네이버의 경우 1(2017년 기준) 매출액이 46700억 원에 달하는데, KBS, MBC, SBS 등 국내 3대 지상파 방송사업자 매출액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라면서 네이버 매출액 중 광고매출이 3조원으로 3,700개에 달하는 국내 신문 전체 광고 매출액의 2배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호순 교수, “포털의 지역언론 차별, 내부 식민지 부추겨

 

장 교수는 이어서 현재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는 124개 매체 가운데 지역신문은 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등 3개에 불과하고, 카카오는 아예 전무한 실정이라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디지털 첨단국가이긴 하지만 지역사회 측면에선 여전히 중심과 변방으로 형성된 전 근대적인 국가이고, 소수의 중앙이 다수의 지방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내부 식민지 국가라고 주장했습니다. “포털의 지역언론 차별과 배제를 근절시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결코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에 부합하는 민주국가로 탈바꿈하지 못할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해주었습니다.

 

이밖에 이번 겨울호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를 특집 기획(이슈 분석)으로 다루었습니다. '전문 학자들은 가짜 뉴스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가짜 뉴스의 역사와 외국의 규제 사례는 어떠한가?', '가짜 뉴스, 처벌과 규제가 능사인가?' 등의 주제를 놓고 쟁점별로 분석과 대안을 조망했습니다. 이 외에도 인물탐구(다산 정약용), 지명 이야기(땅의 진실과 오해), 길에서 역사를 만나다(대관령 가는 길), 뉴스 큐레이션, 논문 큐레이션, 포토 에세이, 시평, 언론 풍향계 등 다양한 뉴스 분석과 해석, 정보를 담았습니다.

 

지역사회 지배구조, 기회주의자와 비기회주의자의 싸움

 

한국사회의 지배세력은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나 있다. 재벌과 그 엄호세력인 수구언론과 부패정치인이 그들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선 지배세력이 누구인지 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다보니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뭘 갖고 싸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지역언론의 기자들도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그게 어떤 역사적 맥락 속에서 무슨 의미를 갖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필자는 단언한다. 지역 현대사는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기회주의자와 비기회주의자의 싸움이었다고.”

 

2005년 토호세력의 뿌리란 책에서 저자(김주완)가 일갈한 대목은 예나 지금이나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토호의 행적은 지금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기억의 투쟁이라고 했습니다. 언젠가는 낱낱이 그들의 이름과 실상이 기록될 것입니다. 오는 121일 세상에 얼굴을 내밀 <사람과 언론> 3(특집 주제 :지역사회의 지배구조와 토호세력의 뿌리)는 서막에 불과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사람과 언론> 제3호(2018 겨울호)에 게재 될 '권두언' 중 일부를 발췌해 미리 예고해 드리는 내용입니다.